김광보·김이라·김우옥·이성열·한태숙. 독창적 작품세계로 당대 한국 연극의 영역을 넓혀온 대표적 연출가들이 올 하반기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대표작을 선보인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고, 알고리즘이 창작의 영역마저 넘보는 시대에 ‘가장 인간적인 예술’인 연극의 본질과 생존, 진화에 대한 답을 주는 작품들이다.
첫 무대는 김아라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9월 8~13일).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허무는 실험적 연출로 한국 연극의 미학적 지평을 넓혀온 김아라 연출이 몰락의 서사를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풀어낸다.
김광보는 ‘옥상 밭 고추는 왜’(9월 18∼10월 4일)를 무대에 올린다. 20년 된 변두리 빌라 옥상의 ‘고추 도난 사건’을 실마리로, 계급·이기주의·단절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도덕적 민낯을 해부한다. 극작은 장우재가 맡았다. 개인의 양심인 ‘도덕’과 사회적 합의인 ‘윤리’가 자본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정의를 내세운 이들이 얼마나 쉽게 폭력적으로 변질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세 번째 공연은 한국 구조주의 연극의 원로 김우옥의 ‘혁명의 춤’(10월28일~11월8일). 단 12마디의 대사, 8개의 독립된 장면, 배우들의 작은 플래시 불빛과 신체 움직임만으로 ‘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연희적 즐거움으로 풀어낸다.
이성열 연출의 ‘화염’은 11월14일부터 12월6일까지 공연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잘 알려진 충격적 작품이다. 레바논 내전의 상처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쌍둥이 남매의 여정을 그린다. 전쟁의 증오와 학살,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용서의 가능성을 장엄한 서사로 조명한다.
마지막 무대는 한태숙의 ‘서안화차’(12월 16~27일). 200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을 비롯해 9개 연극상을 휩쓴 한태숙의 대표작이다. 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중국 시안(西安)으로 가는 기차라는 뜻의 제목처럼 과거 역사와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압도적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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