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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시시포스’ 신경림의 마지막 육성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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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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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산문집 ‘산은 날더러…’ 출간

“생각해 보면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늘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 도망은 완벽한 것은 되지 못했다. 내가 뿌리박고 사는 땅, 나와 함께 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부터까지 도망칠 수가 없었으니까.”(‘내 시로부터의 도망’에서, 168쪽)

사회성과 문학성의 종합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시의 시시포스’ 같은 신경림(1935∼2024) 시인의 2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과 삶의 철학을 오롯이 담은 유고 산문집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창비)가 묶여 나왔다.

세 개의 섹션으로 구분된 이번 책은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지나며 다듬어진 시인의 시론(제1부)과 자기 고백(2부), 자연과 사회를 바라본 산문(3부)을 한데 묶어 신경림 문학의 마지막 육성을 전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문은 자신의 시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진솔한 자기 고백일 것이다. 예를 들면, 등단작 ‘갈대’에서 민중시 ‘농무’로 방향전환을 한 이후, 다시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시와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선회하는 과정에서의 괴로움을 다음과 같이 적기도 한다.

“저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 욕망, 개인적인 정서가 더 짙은 그러한 시를 쓰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시, 통일을 지향하는 시를 쓰면서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고백해 둡니다.”(‘‘농무’에서 ‘낙타’까지’에서, 28쪽)

책을 엮은 도종환 시인은 “한국 현대시문학사에 대한 성찰이며 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직한 발언”이라며 “신 선생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 곧 우리 문학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며 그 길이 한국문학사의 뼈대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 현대시를 개척하려는 시의 시시포스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을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1956년 등단작 ‘갈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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