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의 ‘연구도시’·김병욱의 ‘팹리스’·최원용의 ‘R&D’·정명근의 ‘인프라’ 시너지
420만 시민 염원 ‘경기남부광역철도’ 공동 건의…경제성 B/C 1.20 무기로 국토부 압박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와 경기남부 8개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K-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경기남부광역철도’ 조기 추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에 나섰다. ‘6·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경기남부권이 명운을 가를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때문이다.
이들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권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로 묶겠다는 거시적 해법을 제시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치닫는 시점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과 맞물리며 이목을 끄는 모양새다.
◆ 추미애의 신념, “메모리 생산 넘어 ‘완결형 글로벌 메가 클러스터’로”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미애 후보는 전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남부권 8개 도시(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 시장 후보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남부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완결형 생태계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세계 무대를 향한 반도체 초격차 영토 확장과, 이를 뒷받침할 거미줄 광역 교통망 구축이라는 두 가지 핵심축을 동시에 결합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추 후보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패권을 다투는 지금, 각개전투식 도시 간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앙정부와 경기도, 8개 지자체가 확실한 ‘원팀’이 돼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신념은 명확해 보였다. 용인·화성·평택·이천 등에 분산된 세계적 생산기지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설계(팹리스)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시험평가, 후공정(패키징)까지 전 과정을 경기남부라는 하나의 권역 안에서 소화하는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추 후보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고히 다져 경기도에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경기도판 엔비디아’, ‘경기도판 ASML’ 같은 혁신 강소기업들을 반드시 키워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산업의 필수 생동력인 16GW 규모의 전력 인프라와 하루 107만t의 공업용수를 차질 없이 확보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한편, 송전선과 취수장 건설로 눈물을 흘려온 지역 주민들이 단순한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주민참여형 정책금융’ 모델을 도입해 상생의 길을 열겠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 이재준·현근택·정명근·김병욱·최원용, 시장 후보들의 불붙은 ‘반도체 열정’
합동 공약 발표에 참여한 각 기초지자체장 후보들은 추 후보의 큰 그림 위에서 자신들이 가진 산업적 강점과 열정을 쏟아내며 퍼즐을 완성했다.
이재준 수원시장 후보는 역사적 상징성을 기반으로 ‘연구·과학도시’ 재편을 선언했다. 이 후보는 “1969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의 첫발을 뗀 곳이 바로 수원”이라며 “이제 수원은 고부가가치 연구 중심 도시로 체질을 바꿔 ‘제조는 지방에서, 핵심 연구는 수원에서’ 수행하는 미래형 지식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오는 11월 산자부 심의를 앞둔 수원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현근택 용인시장 후보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실행력을 핵심어로 꼽았다. 그는 “용인은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예정된 중심지”라며 “인력이나 전력, 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해 이전 논란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후보만이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에 반드시 임기 내에 가동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명근 화성시장 후보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밀집한 화성의 인프라 경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후보는 “화성에는 삼성을 비롯해 ASM코리아, 도쿄일렉트론코리아 등 2280여개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혈맥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며 “삼성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하반기부터 공장 방류수의 재가공 공급을 전격 추진하고, 시화간척지 대송단지의 유휴 부지에 3.8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전력·용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병욱 성남시장 후보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의 메카’라는 성남의 정체성을 한층 고도화하겠다는 열정을 보였다. 김 후보는 “성남은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팹리스 산업 협회가 둥지를 틀고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가천대 등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재 풀과 혁신 스타트업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성남을 대한민국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두뇌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고 자신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기지를 품은 평택의 최원용 평택시장 후보는 연구·개발(R&D)과 상생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최 후보는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공장 건설이 차질 없이 기한 내에 완공되도록 전방위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여기에 카이스트(KAIST) 평택캠퍼스를 조속히 유치해 제조업 중심에서 R&D가 융합된 첨단 기지로 진화시키는 한편,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평택의 1·2차 소부장 중소기업들에 정당하게 돌아가도록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안성의 약점이었던 농지 해제를 끌어내며 2030년까지 소부장 특화단지 완공을 공약한 김보라 안성시장 후보, 카이스트 본원 유치와 세교3지구 산업단지 확장을 예고한 조용호 오산시장 후보, SK하이닉스 본사와의 협력을 토대로 용인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소부장단지 및 R&D 센터 육성을 약속한 성수석 이천시장 후보 등이 열정을 드러냈다.
◆ “교통 없이 산업도 없다”…420만 염원 ‘경기남부광역철도’ 공동 전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정착을 뒷받침할 핵심 동력으로 교통망 구축 처방전도 나왔다. 추 후보와 수원·화성·용인·성남의 4대 단체장 후보들은 성남~용인~수원~화성을 잇는 총연장 50.7㎞ 규모의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조속히 반영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공동 촉구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제성’이다. 4개 지자체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20으로 도출돼 사업 타당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추 후보는 “교통 불편은 도민들이 겪는 가장 절박한 민생고”라며 “이미 지표로 증명된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올리기 위해 도지사 후보로서 직접 중앙정부와 담판을 짓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지난 11일 발표한 수도권 원(ONE) 패스, 어린이·청소년 든든교통 등의 대중교통 혁신 공약을 언급하며 ‘수도권 30분 출근 시대’의 퍼즐을 반드시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준 수원시장 후보 역시 정부의 신속한 결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 후보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나 시민들의 열의가 아니라 정부의 지체되는 결정”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정부 건의의 타이밍을 놓치면 다음 기회는 또다시 5년, 10년 뒤로 밀리게 되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420만 경기남부 시민들의 몫이 된다. 정부는 국가 미래 산업의 대동맥이 될 이 노선의 조속한 반영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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