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람 등 제치고 9언더파 써내
“목 부상 이겨내고 우승해 기뻐”
F1 레이서 꿈꾸다 골퍼로 전향
기복 없는 침착한 플레이 강점
107년 만에 잉글랜드 출신 우승
29계단 오르며 ‘세계 15위’ 안착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6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2050만달러)을 앞두고 직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제패한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나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이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의 주인공은 예상 밖의 인물에게 돌아갔다.
뉴타운=AP연합뉴스
세계랭킹 44위였던 에런 라이(잉글랜드)가 쟁쟁한 강호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라이는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3개로 막아 5언더파 65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라이는 메이저 대회를 두 차례나 제패했던 욘 람(스페인)과 전날 선두였던 앨릭스 스몰리(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과 함께 우승 상금 369만달러(약 55억원)를 받았다. 특히 라이는 짐 반스(1916년, 1919년) 이후 107년 만에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거머쥔 잉글랜드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이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5위에 이름을 올려 29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전에는 2024년에 세계랭킹 20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 순위였다.
어머니가 인도계로 잉글랜드 울버햄프턴에서 태어나고 자란 만 31세 라이는 DP월드투어에서 3승을 올렸지만 PGA 투어에서는 2024년 윈덤 챔피언십이 우승이 전부였다. 어린 시절에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1(F1)의 열혈팬으로 드라이버를 꿈꿨지만 골퍼가 됐고, 주니어 골프 대회도 F1 팀의 유니폼을 입고 나갈 정도였다. 무엇보다 보통의 골퍼들이 한쪽 손에만 장갑을 끼는 것과 달리 양손에 검은 장갑을 낀다는 점, 아이언 클럽에도 헤드커버를 씌운다는 점 등으로 특이한 선수로 잘 알려졌다. 드라이버 비거리보다는 투어 최고 수준의 티샷 정확도를 앞세워 기복 없이 침착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마지말 날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한 라이는 9번 홀(파5)에서 12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버디를 추가하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던 라이는 17번 홀(파3)에서 믿기지 않는 21m짜리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라이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올해는 목 부상 때문에 힘들었다”며 “부상 때문에 이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는데 우승까지 해 더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승을 결정지은 17번 홀 퍼트에 대해서는 “그 퍼트를 넣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그림자가 마지막 10피트(약 3m)에서 좋은 라인을 보여줘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라이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자 지난해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파3 콘테스트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됐다. 당시 라이는 약혼녀이자 프로 골퍼인 가우리카 비시노이(인도)와 함께 참가했다. 캐디를 맡았던 비시노이는 라이 대신에 티샷을 했고, 공이 멋지게 그린 위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다. 비시노이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는 아직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인도 투어에서는 8차례나 우승했다. 이후 결혼한 뒤 올해 4월에도 라이와 비시노이는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해 우승했다. 작년 10월에는 라이가 비시노이의 캐디를 맡아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에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라이는 “결혼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평화롭고 특별하다”며 “골프 인생에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즌 2회 연속 메이저 타이틀을 노렸던 매킬로이는 4언더파 276타로 공동 7위에 올랐다. 비록 매킬로이가 우승하지 못했지만 유럽 선수들은 마스터스에 이어 PGA 챔피언십에서도 유럽 선수인 잉글랜드 선수가 우승한 것에 기뻐했다. 셰플러는 2언더파 278타로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의 김시우(CJ)는 보기 3개, 버디 2개로 1타를 잃어 합계 1오버파 281타, 공동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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