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이후 ’10년 만의 복귀작…칸 경쟁부문서 첫 공개
조인성·황정민·정호연 출연, 패스벤더·비칸데르는 외계인 역
자동차·말·괴수 뒤엉킨 광란의 추격전…7분 기립박수
나홍진 “긴 영화 끝까지 봐줘 감사”…속편 암시하며 마무리
17일(현지시간) 오후, 2300여 석 규모의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세계 각국 관객들로 가득 찼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급 제작비와 국제적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공개 직전까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막상 모습을 드러낸 ‘호프’는 감독의 전작들과 확연히 달랐다.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은 인간의 짐승적 면모를 난폭하게 파헤치며 폭력을 그리는 태도로 논쟁적 담론을 불러일으켜 온 감독이다. 장르의 관습을 파괴하는 장르를 뒤섞는 감독으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의외로 ‘호프’는 정통 괴수 블록버스터에 가깝다. 이야기 구조는 굴곡이 없고 단순하다. 160분 러닝타임 내내 거대한 추격과 액션이 이어진다.
영화는 논밭 사이 도로 한복판에 놓인 소 사체로 시작한다. 거대한 무언가에 찢긴 흔적이 남아 있고, 기이한 냄새를 풍긴다.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제보를 듣고, 성기(조인성)를 비롯한 일행에게 숲을 수색해 단서를 찾으라고 지시한다.
배경은 비무장지대(DMZ) 인근 항구 마을 호포. 지뢰밭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고, 곳곳에는 반공과 간첩 경고 포스터가 붙어 있다.
범석은 곧 자신이 상대하는 존재가 인간의 차원을 벗어났음을 깨닫는다. 읍내 부동산 건물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고, 골목마다 시신과 처참하게 부서진 차량이 널려 있다. 정체 모를 괴수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마을 전체가 초토화된 셈이다.
이후에는 범석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뒤쫓다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도 하는 숨 막히는 액션 세트피스가 이어진다. 초반부 연출은 경이롭다. 괴물은 범석이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늘 사라진다. 영화는 약 45분 동안 괴물의 모습을 감춘 채 긴장을 끌어올린다. 마침내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어두운 실내에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사람 머리통을 붙잡아 들어 올리더니 내동댕이친다. 키 3~4m의 생명체는 영화 ‘프레데터’ 속 크리처를 연상시킨다. 엄청나게 빠르고 공격적이며, 단단한 외골격 탓에 총탄으로는 손상을 주지 못한다.
범석과 순경 성애(정호연)는 가까스로 괴물을 제압한다. 그러나 곧 또 다른 괴물의 존재가 드러나고, 이후 영화는 끝없는 추격전으로 치닫는다.
결말부 고속도로 추격 시퀀스는 압권이다. 텅 빈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옆으로 말을 탄 성기가 달린다. 뒤에서는 괴수가 맹렬히 추격한다. 자동차와 말, 외계 생명체가 뒤엉킨 장면은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에너지를 뿜어낸다.
영화의 과감한 선택들이 모두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다. ‘촌놈들 대 괴물’의 이라는 설정은 때로 과장돼 보인다. 거친 욕설이 쉼 없이 이어지고, 배우 임현식 등이 선보이는 코믹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160분 러닝타임 역시 길게 느껴진다.
영화는 칸 경쟁 작품으로는 이례적일 만큼 어떠한 메시지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거대한 액션과 생존 스릴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이런 유형의 순수 블록버스터가 칸 경쟁 부문에 오른 사실 자체가 의외로 느껴질 정도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카메론 브리튼, 테일러 러셀까지 해외 배우들은 모션 캡처 방식으로 외계 생명체를 연기하는데, 인간과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이질적 분위기를 만든다. ‘곡성’의 ‘외지인’ 구니무라 준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다.
‘호프’는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출발점이 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은 노골적으로 속편 가능성을 암시한다.
상영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약 7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나 감독은 “이렇게 긴 시간 끝까지 자리해 관람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수년간 함께한 동료, 배우 그리고 다시 한 번 초청해주신 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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