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도 총탄수화물·열량·1회 제공량 확인해야
주스·말린 과일보다 생과일 소량…야식 더 줄여야
“제로슈거라 괜찮겠지?”
오후 3시 무렵.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괜히 서랍을 한 번 열게 된다. 반쯤 식은 커피 옆에 과자 한 봉지, 제로슈거 음료 하나가 굴러다닌다.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자꾸 뭔가 집어 먹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별생각 없이 넘긴 그 습관이 매일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혈당 관리는 이제 당뇨병 환자만 신경 쓰는 문제가 아니다.
16일 대한당뇨병학회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인구는 506만6000명이다. 2021~2022년 통합 기준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1409만9000명으로 제시됐다.
기준 시점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래도 두 숫자를 단순 합산하면 1916만5000명이다. 혈당 관리를 신경 써야 할 30세 이상 성인이 이미 1900만명대 규모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당뇨병전단계만 놓고 봐도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 수준이다. 병원 진단 전부터 식사와 간식 습관을 봐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제로슈거’, 혈당 면죄부 아냐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제로슈거’ 표시다. 달지 않을 것 같고, 괜히 덜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집어 들기 쉽다.
혈당 관리는 ‘당류 0g’ 표시 하나만 보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제로슈거 음료 한 캔을 가당 음료 대신 마시는 정도라면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로슈거 과자, 아이스크림, 디저트류까지 “제로니까 괜찮다”고 넘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류는 낮아도 밀가루, 전분, 지방, 열량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특히 과자류와 디저트류는 ‘당류 0g’만 보고 고르기 어렵다. 1회 제공량이 얼마인지, 한 봉지를 다 먹으면 총탄수화물과 열량이 얼마나 되는지까지 봐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당뇨환자 식사 관리에서 영양성분표 확인을 강조한다. 탄수화물은 당류만 뜻하지 않는다. 전분과 식이섬유까지 포함한 총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로슈거·무당·무가당 강조 식품의 감미료 함유 여부와 열량 정보 표시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제로’라는 단어를 열량까지 낮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비당류 감미료를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예방 목적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권고를 낸 바 있다.
핵심은 제로슈거를 무조건 피하라는 뜻이 아니다. ‘제로’라는 단어 하나에 식사 전체 판단을 맡기지 말라는 얘기다.
◆과일도 먹는 방식 따라 달라져
과일은 건강한 식품이다. 그렇다고 혈당 관리에서 양과 형태를 지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통과일은 씹는 시간이 있고 식이섬유를 함께 먹을 수 있다.
반면 착즙주스는 섬유질이 줄어든 상태에서 당을 빠르게 마시는 형태가 되기 쉽다. 같은 과일이라도 컵에 담겨 넘어가면 속도와 양이 달라진다.
질병관리청과 대한당뇨병학회도 당뇨병이 있는 경우 과일을 하루 총 당질 섭취량 안에서 보고, 주스나 즙보다 생과일 형태로 먹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말린 과일은 더 조심해야 한다. 수분이 빠지면 양은 작아 보인다. 손바닥에 조금 올려놓은 정도라 가볍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당과 열량이 농축돼 있을 수 있다.
책상 위에 봉지째 두고 하나씩 집어 먹는 방식도 위험하다. 처음엔 간식이지만, 손이 반복되면 추가 식사가 된다. 건강식처럼 보여도 양 조절을 놓치면 혈당 부담은 커진다.
늦은 밤 과일도 마찬가지다. 과일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시간과 양이 문제다. 저녁 식사 뒤 과일을 많이 먹고, 다시 말린 과일이나 주스를 곁들이면 몸은 그것을 ‘가벼운 후식’으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간식, 달콤함보다 ‘얼마나 오래’ 든든한지가 중요
오후 간식의 목적은 입을 달래는 데만 있지 않다. 다음 식사까지 식욕이 크게 흔들리지 않게 버티는 데 있다.
이때 단맛으로 피로를 누르는 간식은 오래가지 않는다. 먹는 순간에는 기분이 풀리지만, 금방 다시 허기가 올라올 수 있다. 혈당과 식욕이 함께 출렁이면 저녁 식사량까지 늘어난다.
대안은 단백질, 식이섬유, 지방이 적당히 섞인 작은 간식이다. 무가당 그릭요거트에 무염 견과류를 조금 곁들이거나, 삶은 달걀 하나를 먹는 식이다. 오이와 파프리카 같은 채소 스틱은 씹는 시간이 길어 입이 심심해서 먹는 간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가당 두유, 닭가슴살,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적은 양을 정해 먹어야 한다.
견과류는 몸에 좋은 지방이 있지만 열량도 높다. 봉지째 두고 먹으면 조절이 어렵다. 작은 용기에 덜어두는 습관 하나가 실제 섭취량을 바꾼다.
◆위험한 건 시간이 아닌 ‘반복’
오후 3시가 특별히 위험한 시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 시간대에 피로, 습관성 식욕, 단맛 욕구가 겹친다는 점이다.
점심을 먹은 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도 과자 봉지를 열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마다 달콤한 음료를 찾는 흐름이 반복된다.
식사 직후 디저트를 붙이는 습관도 혈당 관리에는 불리할 수 있다. 이미 탄수화물을 먹은 상태에서 케이크, 과자, 음료가 더해지면 식후 부담은 커진다.
간식은 식사와 식사 사이 실제 허기가 느껴질 때 소량 먹는 편이 낫다. 서랍을 열기 전 물 한 잔을 먼저 마셔보는 것도 방법이다. 배고픔이 아니라 피로감, 습관, 입 심심함일 수 있어서다.
밤 간식은 더 조심해야 한다. 저녁 식사 뒤 탄수화물 간식을 반복하면 다음 날 아침 혈당과 체중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인슐린이나 당뇨약을 쓰는 사람은 예외가 있다. 저혈당 예방을 위해 취침 전 간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식단 조언보다 의료진의 지시가 우선이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결국 한곳으로 모인다. ‘제로’라는 단어보다 실제 먹은 양을 봐야 하고, 단맛보다 포만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식생활 전문가들은 혈당 관리는 거창한 식단보다 반복되는 간식 습관을 먼저 점검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는 단맛으로 피로를 달래기보다 물을 먼저 마시고, 삶은 달걀이나 무가당 요거트처럼 포만감이 오래가는 간식을 소량 선택하는 편이 혈당 변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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