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②코르통 샤를마뉴>
알록스 코르통 주로 피노 누아 생산
코르통 샤를마뉴 생산 비중 약 2% 불과
품질 뛰어나 ‘샤르도네의 성지’로 유명
부르고뉴 와인은 주로 레드는 피노 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만듭니다. 와인 산지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샤블리 & 그랑 오세루아(Chablis & Grand Auxerrois),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마콩(Mâconnais) 등 크게 다섯 지역으로 나뉩니다.
꼬뜨 드 뉘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마네 꽁띠(Romanée-Conti)가 생산되는 본 로마네(Vosne-Romanée)를 비롯해 쥬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뉘 생 조르주(Nuits-Saint-Georges)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노 누아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꼬뜨 드 본 역시 레드 와인이 유명하지만,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샤르도네 산지들이 집중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을 가르는 첫 마을 알록스 코르통(Aloxe-Corton)에서는 그랑 크뤼 코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가 생산됩니다.
◆‘철갑 두른 기사’ 코르통 샤를마뉴
코르통 언덕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그릇을 엎어 놓은 것도 같고 비행접시가 불시착한 것도 같은 모습으로 언덕 맨 꼭대기에만 숲이 무성합니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서 부르고뉴를 상징하는 장소로 등장합니다. 전체가 그랑크뤼 AOC를 받은 코르통은 사실 알록스 코르통(약 48.6ha·약 67%), 페르낭 베르즐레스(Pernand-Vergelesses·약 17.3ha·약 24%), 라두아 세리니(Ladoix-Serrigny·약 6.5ha·약 9%) 3개 마을에 걸쳐 있습니다. 그랑 크뤼 코르통(레드 비중 약 95%)과 코르통 샤를마뉴(화이트 비중 100%)는 흔히 알록스 코르통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세 마을에서 모두 생산됩니다. 다만 페르낭 베르즐레스와 라두아 세리니는 그랑 크뤼를 표기할 경우 자체 마을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코르통’ 또는 ‘코르통 샤를마뉴’만 표기할 수 있습니다. 자체 마을 이름은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와 빌라주(Village)급 와인에만 사용합니다.
꼬뜨 드 뉘에서 이어지는 알록스 코르통은 레드 와인 비중이 96~98%에 이를 정도로 피노 누아 생산이 압도적입니다. 그럼에도 코르통 샤를마뉴 덕분에 ‘화이트 와인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카롤루스 마그누스 ·Carolus Magnus) 대제에 얽힌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집니다. 8세기경 유럽을 통일한 샤를마뉴 대제는 코르통 언덕의 레드 와인을 무척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면서 와인을 마실 때마다 풍성한 흰 수염에 붉은 와인 자국이 남자, 왕비가 “위엄이 없어 보인다”고 타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샤를마뉴 대제는 햇빛이 잘 드는 코르통 언덕의 피노 누아를 뽑아내고 샤르도네를 심으라고 명령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명작 코르통 샤를마뉴가 탄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알록스 코르통 마을에 들어서자, 마치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유색 타일 지붕의 19세기 건물이 눈길을 끕니다. 샤토 코르통C 건물입니다. 정원에서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1923년 피에르 앙드레(Pierre André)가 매입해 ‘샤토 코르통 앙드레(Château Corton André)’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2014년에는 프랑스 남부 와인산지 론(Rhône)의 명가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îné)와 보르도의 샤토 라 라귄(Château La Lagune)을 소유한 프레이(Frey) 가문이 건물을 인수했습니다. 현재는 소유주 캐롤린 프레이(Caroline Frey)의 이름 첫 글자를 따 ‘C’를 붙였으며, 도멘 프레이(Domaine Frey) 와인을 생산합니다.
인근 언덕의 퀴베리 코르통 그랑세(Cuverie Corton Grancey)는 프랑스 최초로 와인 양조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건물로, 1834년에 완공됐습니다. 언덕의 경사를 따라 5층 높이로 지어졌으며, 펌프 같은 기계 장치를 사용하는 대신 중력을 이용해 포도와 포도즙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입니다. 1891년 부르고뉴의 유명 생산자 루이 라투르(Louis Latour)가 건물과 주변 포도밭을 인수하면서 가문의 상징적인 거점이 됐습니다.
이곳에서는 45개 생산자가 코르통과 코르통 샤를마뉴를 선보였습니다. 코르통 샤를마뉴는 흔히 ‘철갑을 두른 기사’에 비유될 정도로 강인한 스타일을 지녔습니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마치 레드 와인처럼 단단한 구조감과 힘을 갖춘 파워풀한 매력이 돋보입니다. 강렬한 산도와 마치 젖은 돌을 핥는 듯 팽팽한 미네랄 감각이 압도적이며, 숙성이 진행되면 아몬드의 고소한 견과류 풍미와 시나몬(Cinnamon)의 향신료, 브리오슈(Brioche) 향이 더해져 더욱 복합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도멘 플랭 아르블레(Domaine Follin-Arbelet)
알록스 꼬르통(Aloxe-Corton) 마을에 기반을 둔 가문으로 현재 오너인 프랭크 폴랭 아르블레(Franck Follin-Arbelet)가 1990년대 초반부터 직접 와인을 양조하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유기농법에 가까운 포도 재배, 자연 효모를 이용한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와인의 순수함과 테루아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생산자입니다.
차갑고 순수한 느낌의 청사과, 신선한 시트러스, 미네랄 뉘앙스가 지배적입니다. 빈티지에 따라 구운 사과, 파인애플, 라임, 시나몬, 그리고 부싯돌 같은 미네랄 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여운이 매우 길고 우아하며, 과하지 않은 오크 사용으로 크리미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숙성잠재력도 뛰어나 진정한 풍미는 10년 정도 지난 뒤에 만개합니다.
▶도멘 뒤브뢰유 퐁텐(Domaine Dubreuil-Fontaine)
페르낭 베르즐레스 마을에 기반을 둔 유서 깊은 생산자로 1879년 피에르 뒤브뢰유(Pierre Dubreuil) 설립해 5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대로 포도밭을 확장해 현재는 약 20ha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현재 도멘을 이끄는 크리스틴 뒤브뢰유(Christine Dubreuil)는 5대째 생산자로, 아버지를 이어 1991년부터 경영과 양조를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정교함을 가미해 와인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테루아의 순수한 표현을 최우선으로 삼아 과한 오크 사용이나 인위적인 기술보다는 포도밭의 특성이 와인에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양조합니다.
구운 헤이즐넛, 버터,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풍미와 함께 사과, 레몬 같은 과실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꼬르통 샤를마뉴 특유의 강렬한 젖은 돌, 부싯돌 같은 미네랄 향이 돋보입니다.입안을 꽉 채우는 풀바디의 묵직한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높은 산도가 와인의 구조를 탄탄하게 잡아주며, 피니시에서는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함과 짭조름한 미네랄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꼬르통 언덕 상단부의 르 샤를마뉴(Le Charlemagne)와 앙 샤를마뉴(En Charlemagne) 구획에서 자라는 포도를 사용합니다.
▶메종 조셉 드루앙(Maison Joseph Drouhin)
1880년 당시 22세이던 조셉 드루앙(Joseph Drouhin)이 본(Beaune)에 정착하며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초기에는 네고시앙 비즈니스로 시작했으나, 2대 모리스 드루앙(Maurice Drouhin) 시대에 클로 데 무슈(Clos des Mouches)와 같은 상징적인 포도밭을 매입하며 생산자로서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3대 로버트 드루앙(Robert Drouhin)은 1980년대부터 부르고뉴에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품질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현재는 필립, 베로니크, 로랑, 프레데릭 등 4남매가 가업을 이어받았습니다.
강렬한 미네랄리티가 돋보입니다. 신선한 시트러스와 서양배, 흰 꽃 향이 주를 이루며, 시간이 지나면 구운 아몬드와 꿀, 은은한 스파이스 풍미가 겹겹이 살아납니다. 입안에서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텐션이 느껴지며, 크리미한 질감과 긴 피니시가 인상적입니다. 송이째 압착하고 자연효모로 발효합니다.
▶도멘 가스통 에 피에르 라보(Domaine Gaston & Pierre Ravaut)
라두아 세리니(Ladoix-Serrigny) 마을의 강자로 1920년대 가스통 라보(Gaston Ravaut)가 설립한 이후, 현재 3대인 피에르와 그의 아들 뱅상(Vincent)이 운영하는 전형적인 가족 경영 도멘입니다. 이들은 꼬르통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라두아(Ladoix) 마을에 터를 잡고 약 20ha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밭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믿음 아래 정직한 농법을 고수하며, 꼬르통 언덕의 북동쪽 경사면에서 나오는 힘 있고 구조감 넘치는 와인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가성비와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잘 익은 레몬, 청사과의 풍미와 함께 꼬르통 샤를마뉴 특유의 강렬한 젖은 돌 미네랄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입안에서는 묵직한 바디감과 버터리한 질감이 공존하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샤토 드 뫼르소(Château de Meursault)
와이너리 역사는 11세기 카롤링거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와이너리 건물이 있는 곳은 중세 프랑스 영주들이 통치하던 시절부터 방앗간과 포도 압착 시설 등이 존재했던 와인 산업의 요충지였습니다. 17세기 블랑셰통(Blancheton) 가문, 19세기 세르(Serre) 가문을 거치며 포도밭이 크게 확장됐고 1973년 크리테르(Kriter) 그룹의 앙드레 부아소(André Boisseaux)가 인수해 대대적인 복원을 진행합니다. 2012년 할레이(Halley) 가문이 인수한 뒤, 최첨단 광학 선별기 도입 및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품질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립니다. 매년 11월 부르고뉴 최대의 수확 축제인 ‘폴레 드 뫼르소(La Paulée de Meursault)’가 바로 이곳의 석조 지하 셀러에서 개최됩니다.
서양배, 레몬, 시트러스의 신선한 과실 향과 함께 오크 숙성에서 오는 구운 견과류, 바닐라, 미묘한 스모키함이 층층이 피어오릅니다. 부르고뉴 최고급 화이트 특유의 강렬한 구조감과 풍부한 유질감이 돋보입니다. 입안을 꽉 채우는 볼륨감과 함께 코르통 석회질 토양에서 오는 날카롭고 정교한 미네랄리티, 산미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룹니다. 최소 12~15년 이상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멘 푸아조 페르 에 피스(Domaine Poisot Père & Fils)
도멘 푸아조는 부르고뉴의 전설적인 와인 가문인 루이 라투르(Louis Latour) 가문과 뿌리를 같이 합니다. 소유 포도밭들은 과거 소작 형태로 위탁 운영되다가, 1986년 모리스 푸아조(Maurice Poisot)가 직접 운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도멘의 기틀을 다집니다. 현재 해군 장교 출신인 아들 레미 푸아조(Rémi Poisot)가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을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농법을 도입하고, 수작업 중심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 소량의 최고급 그랑 크뤼 와인을 생산합니다.
섬세하면서도 다채로운 아로마를 자랑합니다. 버터, 구운 견과류, 구운 사과의 리치한 향과 함께 배, 만다린, 파인애플 같은 신선한 과실 향이 교차합니다. 뒤이어 부싯돌에서 오는 미네랄과 은은한 벌집, 바닐라, 오크 뉘앙스가 겹겹이 피어납니다. 입안가득 맹렬한 집중도와 풍부한 유질감이 꽉 찬 볼륨감을 선사합니다. 코르통 그랑 크뤼 특유의 파워풀한 질감과 날카로우면서도 정교한 산미가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마신 후에도 입안에 짭조름한 미네랄과 과즙의 깊은 여운이 길게 지속됩니다.
▶도멘 프랑수아즈 앙드레(Domaine Fransoise André)
1983년 미셸 앙드레와 프랑수아즈 앙드레(Michel & Françoise André) 부부가 사비니 레 본(Savigny-lès-Beaune) 지역의 포도밭을 매입하며 와인 생산을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떼루아+베르즐레스’ 단어를 합친 ‘도멘 데 테르즐레스(Domaine des Tergelesses)’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습니다. 2010년 창립자의 며느리인 로리안 앙드레(Lauriane André)가 경영을 맡으면서 와이너리 이름을 시어머니 이름인 ‘도멘 프랑수아즈 앙드레’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품질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본(Beaune) 성벽 내부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몇 안 되는 전통 패밀리 도멘으로, 2012년에 유기농 인증을 획득하며 테루아 순수성을 극대화한 미네랄 중심의 우아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꼬르똥 샤를마뉴 언덕 상부 서향 플롯에서 생산되며 우아함과 남성적인 힘찬 구조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잘 익은 청사과, 레몬, 시트러스 향과 함께 부싯돌(미네랄), 신선한 버터, 바닐라 크림, 구운 견과류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폭발적으로 피어오릅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볼륨감과 매우 날카롭고 견고한 산도가 뼈대를 이룹니다. 후반부에는 강렬한 짠맛을 동반한 미네랄리티와 옅은 스파이스 계열의 긴 여운이 이어집니다.5~10년 이상 숙성 시 꿀, 트러플의 깊은 풍미가 발전합니다.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③에서 계속> 알록스 코르통=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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