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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에겐 ‘주인’, 고양이에겐 ‘집사’… 서로 다른 반려문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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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손유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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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들을수록 더 끌린다”…고양이 집사 문화 배경
강아지와 고양이의 선택적 번식 차이로도 보여
무심한 듯 보이지만, 고양이도 보호자와 유대감 형성

직장인 A(26)씨는 퇴근길이 유독 신난다. 8개월 된 강아지 ‘베지’가 A씨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베지’는 A씨가 오면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고 놀아달라며 달려온다. 잠깐 신발 벗는 사이도 기다리지 못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A씨는 “우리 ‘베지’는 손을 많이 타서 완전 아기처럼 옆에 계속 붙어있고 혼자있지 않으려 한다”며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만큼 같이 있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잔디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다. 강아지는 혀를 내밀고 신나게 뛰어오고 있고 고양이는 언짢은 표정으로 엎드려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잔디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다. 강아지는 혀를 내밀고 신나게 뛰어오고 있고 고양이는 언짢은 표정으로 엎드려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취업준비생 B(25)씨는 고양이 ‘몽이’를 11년째 키운다. 그가 집에 들어가면 ‘몽이’는 누가 왔는지 확인하고자 총총 걸어온다. 창밖에 있는 새를 구경할 때는 집에 들어왔지만, 무시당하기도 한다. B씨는“불러도 못 본채하고 ‘몽이’에게 나는 밥 주고 똥 치워주고 수다 들어주는 ‘집사’ 같다”고 웃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주인’이라는 표현을 당연하게 쓰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면 ‘집사’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주인이라 하기엔 권위가 없고 오히려 수발드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었다.

 

강아지와 달리 유독 고양이에게서 이런 표현이 두드러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A씨 반려견 ‘베지’. 흰색 털에 혀를 내밀고 서 있다.  현재 8개월로 포메라니안, 푸들 믹스견이다. A씨 제공.
A씨 반려견 ‘베지’. 흰색 털에 혀를 내밀고 서 있다.  현재 8개월로 포메라니안, 푸들 믹스견이다. A씨 제공.

 

◆ ‘무리 본능’ 강아지 vs ‘독립 본능’ 고양이

 

‘구글 트렌드’를 보면 ‘집사’라는 표현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유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고양이 특유의 도도하고 독립적인 습성 탓에 사람이 오히려 고양이를 주인처럼 모시는 모습에서 ‘집사’라는 용어가 정착했다고 추측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길고양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따라오는 상황을 두고 ‘간택 당했다’ 혹은 ‘간택 받았다’고도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특유의 행동에 관한 경험담이 꾸준히 올라온다. “고양이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갑자기 ‘냥냥펀치(고양이가 앞발로 치는 행동)’를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귀엽고, 가끔은 ‘냥냥펀치’를 기다리게 되는 묘한 즐거움도 있다”는 글들이 대표적이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동물을 인격체로 대하고 가족 개념으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차단되면 대상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고양이가 말을 잘 듣지 않을수록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신경 쓰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고양이가 인간과 이른바 ‘갑을관계’처럼 묘사되는 이유는 강아지와 다른 독립적 본성 때문이다. 영국 링컨대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는 생존을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애착 관계를 보이는 반면, 고양이는 유대감을 유지하면서도 심리적 자율성을 지키는 경향이 있어 강아지처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의 원인으로 사회적 체계와 가축화 역사의 차이를 꼽았다.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에서 진화한 강아지는 보호자를 구성원으로 인식해 충성심과 의존성이 강하다. 홀로 사냥하는 동물에서 진화한 고양이는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보호자의 지속 관심이나 교감을 상대적으로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강아지 가축화는 약 3만3000년에 시작했다고 추측한다. 특히 인간과 소통·협동이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한 ‘선택적 번식’은 강아지의 형태와 기능을 크게 변하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양이는 1만2000년 전 인간의 곡물 창고에 모인 쥐를 잡으려 스스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함께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고양이는 약 200년 전 품종 개량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천년 동안, 형태·기능 면에서 큰 변화 없이 야생동물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했다.


레즐리 A. 라이온즈(Leslie A. Lyons) 미국 미주리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고양이를 ‘반-가축화(Semi-domesticated)’ 상태라고 정의한 후, “고양이는 인간의 직접적 간섭 없이도 야생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독립적 특성을 유지한다”고 2022년 논문에서 설명했다.

 

여자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고양이는 눈을 감으며 즐기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여자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고양이는 눈을 감으며 즐기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 강아지와 다를 뿐, 고양이도 유대감 형성 

 

고양이는 강아지와 교감 방식이 다를 뿐 보호자와 충분히 정서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다. B씨는 “집 안에서 이동할 때 나와 같이 걸어가거나 배를 보여줄 때도 있다”며 “주 양육자인 어머니에게는 몸도 자주 비비고 좀 더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보호자와 낯선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고 보호자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꼬리를 수직으로 세우거나 몸을 비비고 핥아주는 등 행위는 유대감을 강화하는 사회적 의식으로 해석된다.

 

영국 동물학자이자 도서 ‘캣 센스(Cat Sense)’ 저자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고양이는 보호자를 ‘자신을 돌봐주는 어미’이자 ‘능력이 뛰어난 우월한 고양이’로 인식한다”며 “고양이가 인간에게 하는 많은 사회적 행동들은 원래 어미와 새끼 사이 의사소통 방식에서 유래했다”고 책에서 설명했다.

 

감정과 의도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강아지와 달리, ‘포커페이스’에 가까운 고양이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돌보면 좋다. 브래드쇼는 “고양이 기원과 행동 원리를 더 잘 이해해야 고양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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