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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친화형 빌딩 진화… 車 넘어 ‘피지컬 AI’ 정체성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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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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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양재사옥 새 단장

정의선 회장 ‘로비 스토리 타운홀’
“짧은 대화 하나가 새 생각 이어져
일하는 환경 바뀌면 방식도 변화”

개방형 아트리움·‘아고라’ 등 조성
건물 곳곳 로봇 누비며 실제 업무
임직원들 회사 미래 지향점 공감

“이번 리노베이션(재단장)은 단순히 공간을 새로 꾸미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키워드는 소통이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로비 스토리 타운홀’을 열고 사옥 재편의 철학과 방향성을 공유했다. 지난 1년 11개월간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3만6000㎡에 달하는 공간을 재단장하며 정 회장이 불어넣은 철학은 소통과 기술 혁신이었다. 이번 공간 혁신은 자동차 회사 이미지를 넘어 피지컬 AI를 선도하는 기술 중심 기업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중장기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를 열고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를 열고 임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새롭게 탈바꿈한 사옥 1층 로비 중앙에는 고대 그리스 광장에서 착안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가 조성됐다. 정 회장은 로비 단상에 올라 “짧은 대화 하나가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고, 정보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이 더 잘 풀릴 수도 있다”며 “일하는 환경이 바뀌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개방형 아트리움(천장이 유리 등으로 넓게 열려 있는 공간)과 협업형 회의실, 도서관, 문화 공연이 가능한 그랜드홀 등이 새롭게 조성됐고, 실내외 곳곳에는 식물과 나무, 휴게공간이 배치됐다. 사옥을 단순 업무 공간이 아닌 소통과 휴식, 학습, 문화 기능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재편하며 소통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가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사옥에서 음료를 나르고 있다.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가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사옥에서 음료를 나르고 있다.

또 ‘로봇 친화형 빌딩’을 내세우며 현대차의 미래 사업인 로보틱스를 접목했다. 양재사옥에는 관수·배송·보안 3종의 로봇이 건물 곳곳을 누비며 ‘영화 속 미래 사무실’ 같은 장면을 현실에 구현한다. 식물에 물을 주는 로봇 ‘달이 가드너’는 다양한 센서로 공간을 인식하며 자유롭게 오가고, 배달 로봇인 ‘달이 딜리버리’는 임직원들이 앱으로 주문하면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수령해 가져다준다. 전 세계 산업 현장에 이미 투입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사옥을 지키는 보조 경비원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이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로봇 서비스의 장단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주면 향후 기술 개발과 운영에 적극 반영할 수 있어 (양재사옥이) 좋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장이나 연구시설이 아닌 본사 사무실에 로봇 운영 체계를 적용한 것은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향후 스마트빌딩과 스마트시티 사업의 실증 기반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기업에서 로보틱스·소프트웨어·도심항공교통(UAM) 등을 포괄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사옥을 순찰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사옥을 순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재계 전반의 화두인 노사 갈등에 대해 “노사는 오랜 기간 함께 성장해온 관계”라며 “회사가 효율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주와 국가 경제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하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산업화와 자본주의 체제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경험한 만큼 여러 과제를 겪고 있는데, 이를 지혜롭게 풀어내면 글로벌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와 관련해선 “기존 자동차 산업과는 다른 분야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로봇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균형은 물론 기술이 조직 문화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개발 원칙으로는 속도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기업들과 테슬라, 웨이모 등이 빠르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속도보다 안전에 더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자율주행 기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객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안전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과 관련해선 “우려가 많다”며 “사우디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전쟁 여파로 완공이) 조금 늦어질 것 같고 중동 판매도 아무래도 줄었다. 전쟁이야 끝나겠지만 끝난 후에 잘 팔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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