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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반도체, 사수냐 분산이냐”…용인 표심 흔드는 ‘이전론’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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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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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맞는 용인 반도체…‘與 프리미엄’ 현근택 vs ‘첫 재선 도전’ 이상일
타 지역 ‘반도체 분산’ 공세에 용인 민심 들썩…‘안갯속 선거구’ 최대 쟁점
현근택 “李 정부와 원팀으로 조기 가동”…시장 직속 상황실 등 ‘여당’ 과시
이상일 “시작한 사람이 끝까지…이전론은 무지의 소치” 市政 연속성 승부수

경기 용인시장 선거가 ‘1000조원 반도체 프로젝트’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 정치권 일각의 ‘지방 이전론’과 맞물리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는 용인시의 행보를 가름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선거판은 ‘수원시 제2부시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현근택(54) 후보와 ‘용인 최초 재선 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이상일(64) 시장 간 치열한 양자 대결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상일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가운데)가 13일 이동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예정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일 캠프 제공
이상일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가운데)가 13일 이동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예정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일 캠프 제공

◆ 역대 선거 보수 우세 속 ‘이전론’ 일파만파

 

역대 8차례의 민선 용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등 보수계열 후보가 6차례 승리하며 전통적인 보수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용인지역 4개 선거구를 싹쓸이하면서 표심의 향방은 ‘예측 불허’다.

 

최근 실시된 인천일보·경인일보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판’인 셈이다. 현 후보가 승리하면 첫 당선직 입성이며, 이 후보가 승리하면 용인시 역사상 첫 재선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반도체 바람’에 올라탄 다른 지역 후보들이 너도나도 반도체 유치 공약을 내세운 탓이다. 결국 용인시장 후보들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키고 키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다른 지역 후보들은 “산단이 안 되면 반도체 공장이라도 유치하겠다”면서 저마다 약속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민형배 전남·광주시장 후보는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용인 클러스터 분산을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호남권 등 일부 지역 후보들이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용인 민심은 들끓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뜨거운 감자 역시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론’이 됐다.

 

현근택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근택 캠프 제공
현근택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근택 캠프 제공

◆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안갯속’…유권자 표심 요동

 

두 후보 모두 ‘반도체 중심도시’를 전면에 세웠으나 방법론에선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여당 소속인 현 후보는 정부와의 정치적 가교 구실을 강조하는 반면, 현직 시장인 이 후보는 기존 사업의 연속성과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 후보는 ‘힘 있는’ 여당 소속임을 앞세우며 정부, 국회와의 원팀(One-Team) 협력을 강조한다. 그는 “반도체는 정쟁이 아닌 추진의 대상”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하나로 뭉쳐 임기 내 삼성전자 1기 팹(Fab)을 조기 가동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직속 ‘조기 가동 상황실’ 신설과 민·관·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이전론을 잠재우고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최근 첫 번째 대표 공약으로 반도체 국가산단의 성공을 내세우기도 했다.

 

‘반도체 도시’의 근간을 꾸려온 이 후보는 ‘시정의 연속성’을 내세우고 있다. 민선 8기에 유치한 국가산단을 직접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끊임없이 “이렇게 잘 진행되는 용인의 반도체클러스터를 (정치권이) 흔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후보는 “부지 조성도 안 됐는데 공정률을 논하는 건 무지의 소치”라며 여권의 논리를 반박했다. 특히 “정치 환경이 바뀌었다고 국가산단이 흔들린다면 국제적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며 시장 재임 시 주도한 산단 계획 승인 성과를 바탕으로 이전론을 강력히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용인 반도체를 잘 모르고 오늘의 용인 반도체와 무관한 사람에게 시정을 맡길 수 있겠냐”며 “반도체 산업은 전력과 용수도 중요하지만, 관련 산업의 생태계와 인력, 교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전론은 상당히 비현실적인 주장이고 이번 선거는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상일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원유철 전 의원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상일 캠프 제공
지난 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상일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원유철 전 의원 등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상일 캠프 제공

◆ ‘YTX·배후 신도시’ vs ‘반도체 고속도로·JTX’

 

두 후보 모두 용인을 ‘세계 1등 반도체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통망과 인프라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현 후보의 슬로건은 ‘힘 있는 여당 시장, 교통 혁명’이다. YTX(용인분당급행철도) 신설,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속 추진 등 철도 공약도 앞세웠다. 도로·산단과 관련해선 반도체 배후 신도시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도 언급했다.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으로는 과학기술문화센터와 반도체 대학원대학교 설립, 실리콘밸리 모델 도입을 거론했다. 

 

현 후보는 “공장만 들어선다고 세계적 반도체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전력, 용수, 교통 문제를 패키지로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용인르네상스 시즌2, 시정 연속성’이 핵심어다. 기존 경강선 연장, 중부권 광역급행철도(JTX) 5차 계획 반영을 거론하면서 반도체 고속도로 신설과 제2 용인서울지하고속도로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반도체 마이스터고 전환, 글로벌 공동 캠퍼스 조성 등은 인재 양성 대안이다. 

 

이 후보는 “반도체클러스터가 제대로 조성돼야 도로망과 철도망을 구축하고 재정을 확충해 도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용인 발전에 필요한 핵심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현근택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앞줄 왼쪽)가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와 나란히 앉아 시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현근택 캠프 제공
지난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현근택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앞줄 왼쪽)가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와 나란히 앉아 시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현근택 캠프 제공

◆ ‘여당 프리미엄’ vs ‘검증된 일꾼’…外風이 변수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유권자들은 누가 더 실질적으로 반도체 산단을 ‘지켜내고’, ‘빨리 가동할지’를 기준으로 투표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 후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과 변호사로서의 해결 능력을 강조하며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국가산단 유치 주역으로서의 경험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방문 등 현장 행보를 통해 ‘검증된 일꾼’임을 부각하고 있다. 목표는 최초의 재선 시장 안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산단은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경제의 중추”라며 “이전론이라는 외풍 속에서 10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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