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술 파티 회유’ 등 의혹은 징계 청구 안해
朴 “요란했던 술 파티·형량 거래, 결국 없었다”
“특정 진술 요구한 건 더 심각한 문제” 반론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등 의혹으로 대검찰청이 징계를 청구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3일 “그렇게 요란했던 ‘연어·술 파티’, ‘진술 세미나’, 형량 거래는 결국 없었다”면서도 “제 설명이 부족했던 탓”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잘못된 결정이라는 등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검사가 특정 진술을 요구한 점 등은 문제라는 반론도 나왔다.
◆수사과정 확인서 미작성·편의 제공 등 사유
박 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처음으로 소명 기회를 주신 (대검 감찰)위원회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같이 적었다. 그는 “향후 (징계) 절차에서 나머지 진실도 모두 밝혀지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검은 전날 언론에 “감찰위 심의를 거쳐 박 검사에 대해 징계 청구를 했다”고 공지했다. 대검은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박 검사가 다른 사건의 수사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변호인을 통해 자백을 요구한 사실, 수용자를 소환 조사했음에도 수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 음식물 또는 접견 편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공한 사실 등 규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진술 세미나나 형량 거래 같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박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을 통해 자백을 요구하거나 불필요하게 참고인을 반복 소환한 사실 등은 모두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다만 대검은 박 검사가 수원지검 소속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들을 불러 연어·술 파티를 해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선 감찰위 의결 결과를 존중해 징계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감찰위 결과를 토대로 박 검사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2개월’을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감찰위원회를 열어 박 검사에 대한 추가 징계를 심의하거나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 검사의 소속 청인 인천지검은 감찰 전 기초 조사 방침을 세우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조사는 박 검사가 지난달 두 차례 열린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의 청문회에서 증언 선서를 거부한 행위 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이 조사를 거쳐 감찰에 나서게 되면 추후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사유가 추가될 수 있다.
◆檢 출신 홍준표 전 의원 “참 부끄러운 결정”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 소식이 알려진 뒤 전·현직 검사들의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전날 SNS에 해당 소식을 다룬 언론 기사를 올린 뒤 자신이 피의자에게 자백 요구를 하고, 음식물도 제공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금은방에서 팔찌를 구매하는 척 하고 시가 120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차고 도망간 소년범에게 ‘폐쇄회로(CC)TV로 여러 각도에서 범행이 찍혀 있는데 부인하면 판사도 사람인데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했고, 소년범은 내 말을 듣더니 번의해 자백했다”며 “나는 자백 요구를 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안 검사는 “2014년 검사실로 사기 피의자를 체포해 왔는데, 피의자가 갑자기 탕수육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며 “구속되면 한동안 탕수육을 못 먹을텐데 야박하게 탕수육은 안 된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사비로 탕수육을 추가로 시켜줬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음식물을 제공했다”며 “참고로 탕수육을 먹고도 피의자는 자백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 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일화들이다.
검사로 재직할 당시 대검 감찰부에서 2년 간 근무했다는 한 변호사는 이날 박 검사의 SNS 글에 댓글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본질적 임무로 하는 검사에게 자백 강요라는 징계 사유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며 “위법한 폭행·협박이나 명백한 강압수사가 있었다면 몰라도, 피의자를 추궁하고 자백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는 것은 검사의 직무 본질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음식물 제공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사유만으로 정식 징계까지 한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설령 문제 삼더라도 기껏해야 주의나 경고 정도가 가능한 사안이지, 징계 처분의 근거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의원 역시 “나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 하면서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의 자백을 받기 위해 담배도 권하고 소주도 권했다”며 “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와 인간적으로 몰입하기 위해 피의자와 친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늘 하는 수사 방식이다.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SNS를 통해 강조했다.
홍 전 의원은 “피의자가 자백하더라도 그것이 보강증거로 담보되지 않으면 허위자백이 되기 때문에 늘 검사는 자백의 진실성 여부를 다시 체크한다”며 “박 검사를 자백 강요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백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고문을 했다면 모르되 단순히 연어·술 파티를 했다는 것만으로 징계 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대검의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양홍석 변호사 “朴, 변호인 통화는 선 넘어”
반면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와 통화하며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을 요구한 점, 쌍방울 관계자 등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접견 편의를 제공한 점 등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SNS 글에서 “박 검사가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변호인을 통해 부당하게 특정 진술을 요구한 사실을 대검이 단순히 자백 요구라고 표현한 건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며 “검사가 자백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백이 아닌 특정 진술을 요구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특히 “별건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흔할 수는 있어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박 검사와 서 변호사의 통화 내용은 내 기준에서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만약 검찰이 이런 방식의 수사를 문제 없다고 본다면 검사에게 수사권을 맡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양 변호사는 “(검사의) 접견 편의 제공 역시 그 대가로 특정 진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심각한 문제”라며 “쌍방울 직원이 수시로 출입했다는 점 자체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양 변호사는 다만 대검이 징계를 청구하며 든 사유인 수사 과정 확인서 미작성에 대해선 절차 위반이라면서도 “징계까지 하는 건 좀 과하다고 본다”며 “경고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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