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열악할 수록 비이성적 투자 가능성 상승
2017년 태풍 ‘노루’ 북상으로 수해 복구 기업이 아닌 ‘노루페인트’ 주식이 오른 적 있다. ‘노루페인트우’ 주가는 2017년 8월 1일 최저 8400원에서 4일 최고 1만4800원까지 올라 76.19% 상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루페인트’가 오른 이유가 태풍 ‘노루’와 이름이 같아서냐”는 질문이 올라왔고 “그 이유가 맞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처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주가가 상승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이어졌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름에 ‘노루’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잘 찾아보지 않고 투자한 것이다”며 “비중이 크지 않지만, 최근까지도 잘 몰라서 샀다가 다시 파는 모습이 보인다”고 세계일보에 설명했다. ‘노루페인트’ 주가는 같은 해 8월 11일 1만200원까지 하락했고 9월 14일 9000원을 기록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저서에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불안정성과 비이성적인 집단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합리성,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통 경제학과 달리 심리적 요인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태풍 ‘노루’와 ‘노루페인트’ 사이에 관련성이 없지만, ‘노루페인트’ 주가가 상승한 현상도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심리가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형철 충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한 2022년과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정보 환경이 열악할수록 비정상적인 주식 유동성이 발생하고 비이성적 거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기관 투자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열악한 정보 환경으로 ‘증권사 리포트의 부재’나 ‘주요 지수 미포함’ 등을 꼽았다.
연관성이 없는데 주식이 오르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2024년 3월 1일 별세했다고 현지 외신인 NHK 등이 8일 밝히자 국내 완구 기업 ‘손오공’ 주식이 상승했다. ‘손오공’ 주가는 7일 최저 2251원에서였으나 8일 최고 2903원을 오른 뒤 20일 3627원에 도달했다. 이후 21일에는 2837원까지 내려갔다.
이외에도 선거 기간에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후보자의 학연·지연·혈연 등 기반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비슷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별세 두 달 전인 약 1월 19일, 기업 ‘손오공’ 이사회에서 발표한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 설립 통한 이차전지 시장 진출 소식이 뒤늦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내 주식은 믿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농담 같은 게시글이 올라오자 “그걸 따지면 한국 증시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 항공 교통 관제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제조업체인 ‘천대지승(川大智胜)’ 주가가 그해 11월 7일 최저 29.91위안에서 9일 최고 33.03 위안까지 급등했다. 중국어로 ‘천대지승’은 본래 ‘쓰촨대학교의 위대한 지혜로 승리한다’는 의미지만, ‘트럼프가 지혜로 승리했다’라는 식으로도 읽을 수 있다. 국가도 다르고 사업 연관성도 없으나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다.
전문가들은 불안정성과 비이성적인 집단심리가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가치와 무관한 투자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정보가 부족할수록 비이성적인 투자 행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기업 정보를 면밀히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
김 교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매매한 만큼, 모르고 산 사람만 손해가 있다”며 “결국 투자자 스스로 충분히 공부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선관위원장 상근직化](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13/128/20260513520300.jpg
)
![[세계포럼] ‘안전한 귀가’ 해답 내놓을 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4/128/20260304519968.jpg
)
![[세계타워] 국민보다 반 발짝만 앞서가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1/128/20260121519228.jpg
)
![[사이언스프리즘]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우리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8/128/2026040851986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