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겪은 어머니의 죽음, 이발소 집 딸, 동생들을 기르며 학비를 보탠 ‘K-장녀’. 이 키워드는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사연들이지만 우리에게 화려한 스타로 인식돼 있는 몇몇 연예인의 삶을 나타내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1998년 데뷔해 지금까지도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배우자를 만나 자녀를 낳고 가족을 꾸린 가수 비(본명 정지훈). 슈퍼스타로 성공 가도를 달린 후에도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가수이자 방송인 이효리. 영화 ‘써니’,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현재는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보라.
가수와 배우로 스타가 된 이들의 성공 뒤에는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삶과 치열하게 가난을 이겨낸 극복기가 있었다.
◆ 치료비가 없어 어머니를 보내야 했던 청춘의 사투, 가수 비
비는 자신이 악착같이 노력하고 시련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었던 삶의 원동력을 어머니로 꼽는다. 비의 어머니는 당뇨 합병증을 앓다가 2000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인슐린 치료만 적절히 받아도 살 수 있는 질환이었음에도 IMF 시절 집안 형편이 너무 가난해 진통제를 못 사고 치료비를 댈 수 없었다. 비는 2008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돈이 있으면 (어머니가) 살 수 있었다. 당뇨병은 치료만 받아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며 가난에 대한 울분과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한을 털어놓았다.
밥 굶는 일이 허다했던 비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간다’는 말로 어머니를 속이고 공사판에 나간 적도 있다. 아버지는 돈을 벌러 해외로 나가 있었기에 그는 홀로 어머니의 병간호도 해야 했다.
한때 비의 소속사 대표였던 박진영은 KBS2 비의 컴백쇼 인터뷰에서 “어느 날 비가 ‘어머니가 많이 아프신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그와의 사연을 꺼냈다. 그의 보증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비의 어머니는 병세 악화로 입원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비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2주 전쯤이 생신이셔서 미역국을 끓여드렸다”며 “원래 아프셔서 음식을 잘 못 드셨는데 마지막임을 알고 꾸역꾸역 드신 것 같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모친의 별세 후에도 비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돈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것은 물론, 집에 불이 나 어머니의 유품과 사진을 비롯한 모든 것이 타버렸다. 비는 “세상은 왜 나에게 등을 돌렸을까. 세상과 나는 인연이 없구나.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고 한탄하며 남은 가구들을 부수고 침대를 들어 엎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 어머니가 남긴 통장과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동생 잘 부탁한다’는 말이 남겨져 있었고 통장에는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 어머니가 진통제 살 돈을 아껴가며 남겨질 비와 비의 여동생을 위해 모은 돈이 있었다.
비는 통장과 편지를 보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세상이 등을 돌렸다면 보란 듯이 두 발로 일어서서 내 식구를 챙겨야겠다. 그 때문에라도 지쳐있거나 쓰러질 수가 없다. 시련이 와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훗날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부딪쳐서 이길 수 있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비가 이른 나이에 겪은 어머니의 상실은 쓰디쓴 아픔이었지만 앞으로를 살아가게 하고 고난을 이기며 시련을 견뎌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전 재산 500원’ 이효리와 ‘13남매의 장녀’ 남보라가 겪은 어린 시절
이효리는 ‘이발소 집 딸’이었다. 그가 2008년 발매한 곡 ‘이발소 집 딸’에는 ‘시간이 가도 난 그대로 나는 여전히 이발소 딸이야’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중앙이발’이라는 8평짜리 이발소를 운영했다. 이효리네 가족은 당시 전 재산이 500원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이발소에 딸린 좁은 방에서 생활한 여섯 식구는 상가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자고 일어나면 깔고 잔 비닐 주변에 빈대가 죽어 있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어렵게 살던 이효리는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 캐스팅돼 1998년 걸그룹 핑클로 데뷔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남3녀 중 막내로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했던 이효리는 이때부터 사실상 집안의 가장이 됐다.
그는 어렸을 적 가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효리의 아버지는 매우 엄한 편이어서 어린 시절 그가 반찬을 골라 먹거나 비누칠을 두 번 하면 혼내고 밥상을 엎기도 했다.
이효리는 MBC 에브리원 ‘떡볶이 집 그 오빠’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미운 게 아니라 너무 좋은 마음 한편에는 상처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이효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린 시절의 상처와 그로 인한 두려움을 직면하며 용감하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울어도 돼. 우는 건 좋은 거야. 속마음에 있던 게 나온다는 거니까” 등 슬픔과 상처를 딛고 단단히 선 이효리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 속 말들은 명언이 돼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13남매 중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난 배우 남보라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5년, 가족의 일상을 담은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천사들의 합창’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2008년 방영된 KBS ‘인간극장’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장사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을 다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살았다.
남보라는 2006년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라는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으며 이후 영화 ‘써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번 돈은 동생들의 학원비와 등록금을 내는 데 보탰다. 그는 2021년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토크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장녀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는 남보라가 “어쩔 수 없이 부여된 장녀의 책임과 주도성을 추구한 성향이 공존했을 것”이라고 봤다.
남보라는 동생들로부터 ‘엄니(엄마+언니)’라고 불리면서 동생들을 살피고 정신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해 애썼다. 때론 ‘내가 왜 밥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첫째, 둘째는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동생들에게 많이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동생들의 학원비를 대준 것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베풂은 그의 삶의 태도가 됐다. 남보라는 봉사활동을 통해 치유와 회복이 됐다고 전한다. 그는 8년간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쪽방촌 봉사활동을 하면서 겨울에 패딩 500벌을 사 나누기도 하고, 보육원에 승합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남보라는 종교방송 ‘GOOD TV’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한테 나눠주는 힘이 생긴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과 같이 양보하고 나누면서 살았던 삶의 방식이 봉사로 이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 세 스타의 향후 발걸음
2017년 배우 김태희와 결혼한 비는 슬하에 2녀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그는 최근 배우로서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가수로서의 정체성도 다시 한 번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신곡 ‘FEEL IT (너야)’으로 4년 만에 컴백한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알앤비 팝 장르를 선보인다. 오는 6월에는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 무대를 설 예정이며 하반기에 있을 대규모 연말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비는 데뷔 후 24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며 무대에 올라 대중들의 인정을 받는다.
이효리는 2013년 가수 겸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했다. 2025년에는 요가원 ‘아난다 요가’를 개업해 남다른 요가 애정을 보였다.
지난 1월에는 작사가이자 음악 프로듀서 박창학의 송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성숙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부친의 별세 후 일화가 재조명되며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줬다.
남보라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사업을 이루고 가정을 꾸리며 인생의 새 막을 맞이했다. 그는 2021년 개업한 손소독제 사업 이후 2023년부터 온라인 제철 과일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서 만난 비연예인과 2025년 5월 결혼한 후 12월에 임신 소식을 알렸고, 오는 6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또 방송을 통해 대가족의 일상을 공개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지공거사(地空居士)’](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12/128/20260512520395.jpg
)
![[데스크의 눈] 헌법 유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7/128/20260317520231.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나이 듦의 기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28/128/20260428518893.jpg
)
![[김정식칼럼] 재정적 인플레이션 경계해야 한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4/128/2025121450869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