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근대 교량 ‘국가등록 문화유산’
2025년 집중호우에 중간 V자로 꺾여
45m 구간 상판·하부 구조물 제거
진동·소음 최소화 정밀하게 작업
“완전 복구 위해 예산 확보 등 노력”
10일 찾아간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옛 삼호교는 다리라기보다 방치된 흉물에 가까웠다. 강 위로 뻗어 있어야 할 보행교는 중간이 깊게 꺼지며 V자 형태로 주저앉아 있었고 다리 상판은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출입을 막는 안전 펜스와 경고 표지판만이 사람의 발길을 대신하고 있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이 다리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옛 삼호교다.
1년 가까이 방치됐던 다리가 결국 철거 수순에 들어간다. 울산 중구는 붕괴 위험이 있는 옛 삼호교 일부 구간을 철거한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7억5200만원을 투입해 이달 중순까지 45m 구간의 다리 상판과 하부 구조물을 제거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다리 옆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은 뒤 다이아몬드가 박힌 와이어(줄)를 걸어 정밀하게 절단해 철거할 예정”이라며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고 하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옛 삼호교는 1924년 건립된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첫 다리다. 중구와 남구를 잇는 생활 보행로 역할을 해왔다. 연장 230m, 폭 5m 규모의 이 다리는 지난해 7월 기록적인 폭우로 훼손됐다. 당시 울산에는 최대 330㎜의 비가 쏟아졌다. 불어난 태화강 물살에 교량 일부가 1∼1.5m 내려앉았다. 현재도 측면에서 보면 다리 중앙부가 뚜렷한 ‘V’자 형태로 꺾인 모습이 확인된다. 다행히 사고 당시 통행자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다리를 지탱하던 기초보호공이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당시 설치된 목제 말뚝과 주변 콘크리트가 사라지면서 하중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구 관계자는 “당시 물살이 강한 구간에서 기초부가 손상되면서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위험이 확인된 다리는 1년 가까이 그대로 방치됐다. 다리가 끊기자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기존 동선 대신 두 배 이상 긴 삼호교를 이용하거나 일부는 차량 전용 교량을 위험하게 건너기도 했다. 불편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중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방치 문제는 지적됐다. 결국 중구는 차량 교량 차로 폭을 줄여 임시 보행로를 만들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1년 가까이 철거가 늦어진 이유는 ‘문화유산’이라는 지위와 ‘폭우’라는 붕괴 이유였다. 옛 삼호교는 2004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울산 최초의 근대 교량이라는 역사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 보수나 철거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었다. 울산시와 국가유산청 협의, 정밀안전진단 예산 확보 등 행정 절차가 길어지면서 대응이 늦어졌다.
중구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7억원의 예산을 요청하고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자연재해로 무너진 탓에 행정안전부, 하천 위 보행교여서 낙동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손상 구간을 우선 철거하는 것”이라며 “복구를 위한 예산 확보와 관계 기관과의 빠른 협의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전 중구가 진행한 보수 과정도 논란이 됐다. 난간에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하는 과정에서 현상변경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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