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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 선언 후 다시 열린 그라운드… 관계 복원 물꼬 트나 [北 여자축구 12년 만에 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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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채원 기자 chae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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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 교류 기대감 속 신중모드

2025년 광주 양궁선수권에는 불참
통일부 “접촉없어… 개입 최소화”

北, 민족 아닌 적국 한국과 대결
국가성 선명화 기회 활용 가능성

北, 정상적인 스포츠 강대국 부각
2028 평양 亞 탁구선수권 대비도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이 남북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이후 약 7년5개월 만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대결모드로만 밀어붙이는 ‘적대적 두 국가’를 표방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이다.

 

통일부는 4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북한 여자축구단이 남한을 방문한 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스포츠 선수단의 경우로 확장해 보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을 대표한 스포츠팀이 남한을 방문해 경기를 벌인다는 점, 지난해 9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는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남북한 교류, 협력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우리 정부에는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수원서도 이 모습 보게 될까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과 맞대결을 펼치는 내고향축구단의 방한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양곤에서 펼쳐진 2025∼2026 AWCL C조 조별리그 ISPE(미얀마)와의 맞대결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원서도 이 모습 보게 될까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AWCL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과 맞대결을 펼치는 내고향축구단의 방한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양곤에서 펼쳐진 2025∼2026 AWCL C조 조별리그 ISPE(미얀마)와의 맞대결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는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통일부는 내고향여자축구단 방남을 AFC가 주최하는 국제경기이자 클럽대항전 두 가지 차원으로 접근해 정부 차원의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AFC 대회와 관련해 남북 당국 간 접촉은 없는 상황”이라며 “참가 선수단이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차분하고 편안한 경기 운영이 되도록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이 ‘남북교류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해 일단의 기대를 내비쳤다.

 

스포츠·문화 교류에 대해서는 국민여론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2025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여러 형태의 남북 교류 가운데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분야가 스포츠 및 문화 교류다. 2015년부터 지난 10년간 외부 정세 변화와 관계없이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교류에 찬성했다. 통일연구원은 “경제적 부담이나 안보·정치적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국민들에게 ‘안전한 형태의 남북 접촉’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등 여타 교류보다 이념 대립 요소가 비교적 적고, 국제 스포츠 규범이라는 공통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이 남한을 상대로 한 긍정적 메시지라기보다는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북한의 필요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북한은 국제대회 성과를 국가 역량과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이번 대회 참가 역시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스포츠 강대국’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EPA연합뉴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EPA연합뉴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2013년 ‘스포츠는 국제기준을 준수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며 “이후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역도대회나 여자축구 아시안컵에서도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연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AFC 대회 참가 역시 정상국가로서 국제기준 준수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2028년 평양에서 열릴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스포츠 무대를 통해 국가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방남은 ‘우리는 더 이상 한민족이 아니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적대국인 한국과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시도”라며 “새로운 대남 기조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는 스포츠 행사 본연의 충실한 모습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임 교수는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기구가 관여하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남북 문제를 국제적 규범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클럽 간 대항전인 만큼 불필요하게 국가, 국기, 호칭 문제 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간 체육행사를 원만히 치름으로써 북한이 드러내는 적대성을 완화해 나가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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