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받은 세뱃돈을 은행 통장에 넣어두던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이 이름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고, 그 안에 삼성전자나 미국 지수형 ETF를 담아두는 부모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 돈은 예금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제는 “어릴 때부터 시장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실제 계좌 개설 흐름도 달라졌다.
신한투자증권이 2026년 1분기 미성년자와 부모 고객의 계좌 개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월 미성년자 계좌 개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가운데 비대면으로 개설된 계좌 비중은 58.4%였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영업점에 가던 방식에서, 모바일로 자녀 계좌를 여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계좌당 평균 잔고도 약 1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아이에게 주식 한 번 보여주자”는 정도를 넘어, 자녀 명의 계좌가 장기 자산 관리와 금융 교육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성년자 계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보통주였다. 이어 TIGER 미국S&P500 ETF,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KODEX 200 ETF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흐름은 비교적 분명하다.
급등주를 따라가기보다 국내 대표 대형주와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ETF를 담는 방식이다. 부모가 계좌를 대신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단기 매매보다는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자산을 고르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주 명부에서도 미성년 투자자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기준 2025년 말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34만3694명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가운데 연령별 주주 현황이 확인되는 88곳의 미성년 주주는 72만8344명, 보유 주식 가치는 약 2조9761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 대목은 조심해서 봐야 한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 수는 전년 39만4886명보다 오히려 약 13% 줄었다. 보유 주식 수도 감소했다. 그럼에도 보유가치가 커진 것은 주가 상승 영향이 컸다. 미성년 투자자가 무조건 새로 몰렸다기보다, 남아 있던 계좌의 평가액이 커진 측면이 함께 있는 셈이다.
해외주식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미성년자 해외주식 거래 상위 종목에는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대표 기업이 포함됐다. 동시에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PDR S&P500 ETF, 뱅가드 S&P500 ETF 등 미국 지수형 ETF도 상위권에 올랐다.
부모 고객의 거래가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개별 종목 중심으로 나타난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자녀 계좌에서는 특정 기업 하나에 베팅하기보다 시장 전체에 나눠 투자하려는 성격이 더 강했다.
상품별로 보면 미성년자 계좌의 투자 경험은 국내주식 약 52%, 해외주식 약 17%, 기타 금융상품 순이었다. 해외 투자에서도 직접 종목 투자보다 ETF를 통한 간접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이 계좌가 ‘수익률 경쟁장’이 아니라 금융 교육의 첫 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성년자 투자가 늘어나는 흐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계좌의 이름만 아이일 뿐, 실제 의사결정은 대부분 부모가 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기대수익률이 앞서면 자녀 계좌도 쉽게 단기 매매 계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원칙을 세워 운용하면 아이에게 돈의 시간, 손실의 가능성, 분산 투자의 의미를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재가 될 수 있다.
세금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미성년 자녀에게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재산을 증여할 경우,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적용된다. 이를 넘는 금액은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입금 내역과 신고 여부를 함께 챙겨야 한다.
결국 아이 계좌의 핵심은 “무엇을 샀느냐”보다 “어떤 원칙으로 관리하느냐”에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녀 명의 계좌는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와 분산 투자 원칙을 익히는 교육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이 이름으로 만든 계좌일수록 부모의 기대수익률보다 위험 관리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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