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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인가, 지침인가…노동장관 “BGF리테일이 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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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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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서 ‘다단계 구조’ 언급
“물건도 본사에서 정해준대로 한다”
BGF리테일, ‘계약 당사자’ 아니라는 입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 내용 언급 도중,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을 ‘원청’으로 강조하고 사건 책임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한 달여를 맞이한 시점에서 주무 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을 두고 실질적 원청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사고 유감을 넘는 향후 노사관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메시지이자, 현장에 던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여지도 크다.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일대 조합원 임시 분향소에서 열린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일대 조합원 임시 분향소에서 열린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편의점, 자영(自營)이라고 하면 스스로 영업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어야 하는데, 편의점 가맹점주가 시·종업시간을 결정할 수 있나”라며 “매장에 비치한 물건도 본사에서 정해준대로, 매뉴얼대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은 자영업자라고 하지만 실질에서는 종속되어 있고, 그렇다면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BGF리테일이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원청’이라는 발언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원청이 BGF리테일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진 ‘운송기사분들이 거기하고 직접 교섭하는 게 맞다는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도 “그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BGF리테일과 현장의 운송기사들까지 다단계 구조가 형성됐다고 규정했다. BGF리테일의 자회사 BGF로지스가 있으며, 물류센터와 운송사의 계약 그리고 운송사와 화물노동자의 계약 등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진주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도 노란봉투법보다는 이러한 다단계 구조에 있다는 취지로 그는 강조했다.

 

처우개선과 직접 교섭을 놓고 충돌을 빚고 있는 BGF로지스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대전 동구 한 호텔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과 실무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우개선과 직접 교섭을 놓고 충돌을 빚고 있는 BGF로지스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대전 동구 한 호텔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과 실무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의 발언은 BGF리테일이 견지해온 입장과 배치한다. 

 

BGF리테일은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와 각 지역 물류센터, 하청 운송사, 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5단계 하도급 구조로 운영된다. 배송노동자들은 운임·물량·노동조건 등을 실질적 지배·결정하는 BGF리테일이 원청이라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BGF리테일 측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형식을 넘어선 ‘실질적 종속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판례를 언급하며 사측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했다. 경영계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가장 우려하던 ‘사용자 범위의 무한 확장’이 정부 수장의 입을 통해 공식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장관이 제안한 ‘인소싱’ 권고는 경영권 개입 논란의 정점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장관은 불필요한 노무 도급 중심의 아웃소싱을 내부화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며 구조적 단순화를 촉구했다.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 선택한 외주화 전략을 정부가 부정 평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2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탑승한 여객선에서 열린 선상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20일 집회 과정에서 사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2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탑승한 여객선에서 열린 선상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20일 집회 과정에서 사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춘투(春鬪)’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통계를 보니 1100개에 달하는 하청노조가 약 390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며 “하나의 원청에 2.8개 정도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계속해서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 보수 언론에서 ‘원청은 수백개, 수천개 노조와 1년 내내 교섭만 할 것’이라고 했다”며 “실제는 많아야 3개 정도 노조하고의 교섭인데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고, ‘춘투’보다는 대화를 앞세우는 ‘춘담(春談)’”이라고 부각했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BGF로지스의 실무 교섭은 2시간20분 만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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