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대어’ 울산 잡을 뻔…90분 혈투 끝 승점 1점씩 ‘장군멍군’
[안양=권준영 기자] ‘전술적 반전’을 약속한 거장의 승부수와 ‘실천’을 강조한 신예의 뚝심이 안양벌에서 뜨겁게 맞붙었다. 패배의 기억을 지우려던 울산 HD와 연승의 기세를 잇고 싶던 FC안양이 90분간의 치열한 수 싸움 끝에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울산은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026 9라운드 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초반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후반 터진 허율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17(5승2무2패)을 기록한 울산은 리그 선두 FC서울(승점 22)과의 격차를 5점으로 좁히며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안양은 대어를 낚을 기회를 아쉽게 놓치며 승점 11로 8위에 머물렀다.
울산 김현석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전술적 반전’을 선언했다. FC서울전 패배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체력 안배와 변칙 전술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산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빨리 잊자’고 했다. 지나간 경기에 매몰되지 말고 다음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면서도 “서울전 결과가 선수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을 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 것”이라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연이은 주중 일정에 따른 ‘체력 과부하’는 로테이션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김 감독은 “출전 시간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로테이션을 가동 중이다. 코리아컵 등 험난한 여정을 거쳐오며 피로가 쌓인 건 사실이지만, 이는 모든 팀이 마주한 조건”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격진이 잘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전술적 변화였다. 안양 공략 비책을 묻자 김 감독은 ‘전후반 콘셉트의 차별화’를 꺼내 들었다. 그는 “전·후반 경기 운영 방식을 다르게 준비했다. 포메이션의 큰 틀은 유지하되 메커니즘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변칙 운영을 예고했다. 실제 김 감독은 후반 들어 이동경과 허율을 연달아 투입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결국 교체 카드가 적중하며 패배 위기에서 값진 승점 1점을 수확했다.
이에 맞선 안양 유병훈 감독은 ‘실천’과 ‘조직력’을 키워드로 꼽았다. 유 감독은 “어렵게 연승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말이 아닌 몸으로 의지를 증명하자고 다짐했다”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유 감독은 울산의 화력을 인정하면서도 안양만의 색깔로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울산은 득점력이 좋지만 실점도 적지 않다”며 “특정 선수 맨 마킹보다는 팀 단위 압박과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로 상대 득점력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중요하다. 실점하더라도 다시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수비 라인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컨디션이 좋은 김영찬 대신 ‘베테랑’ 이창용을 선발로 내세운 것. 유 감독은 “말컹의 높이를 고려해 김영찬을 고민했으나, 강팀과의 경기선 수비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주장 이창용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인 대응책도 구체적이었다. 유 감독은 말컹을 막기 위한 수비 포인트를 선수들에게 사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말컹이 떨어뜨린 세컨드볼을 노리고 울산 중원이 중앙으로 밀집할 때, 발생하는 측면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핵심 승부처”라고 짚었다. 이 같은 유 감독의 ‘수 싸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빛을 발했다.
실제 안양은 전반 4분 만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아일톤이 하프라인 인근에서 볼을 탈취한 뒤 폭발적인 드리블로 울산 수비진을 허물었고,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은 야고의 결장 속에 말컹을 앞세워 화력 유지를 꾀했으나, 오히려 안양의 빠른 역습 한 방에 일격을 당하며 계획이 꼬였다.
리드를 내준 울산은 전반 내내 고전했다. 안양 마테우스와 아일톤을 중심으로 한 역습에 수차례 추가 실점 위기를 맞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전방의 말컹이 전반에만 3개의 슈팅을 날리며 반격의 선봉에 섰으나, 안양의 탄탄한 수비 블록을 뚫기에는 세밀함이 2% 부족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울산 김 감독은 ‘에이스’ 이동경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동경 가세 이후 울산의 공격 전개는 한층 날카로워졌다. 후반 15분 이동경의 프리킥에 이은 말컹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과 골대를 차례로 때리며 불운에 시달렸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후반 중반 이진현과 허율을 잇달아 투입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결국 후반 37분, 기다리던 동점골이 터졌다. 이진현이 왼쪽에서 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장신 공격수’ 허율이 타점 높은 헤더로 마무리했다. 지난 광주전에 이은 허율의 2경기 연속 골이자, 김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남은 시간 역전골을 노린 울산의 공세는 계속됐으나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비록 승점 3점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울산은 패배 위기에서 값진 승점 1점을 확보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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