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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양고기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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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특별한 산후 음식을 만들어 준다. 이는 몽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몽골의 대표적인 산후 음식은 헌니슐(Хонины ш?л)이라는 양고기국이다. 이 단어는 ‘양’을 뜻하는 헌(Хони), ‘~의’라는 의미의 -니(ны), ‘국’을 뜻하는 슐(ш?л)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이 국은 아이를 낳은 여성의 회복에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수테이 차이(с??тэй цай)도 좋은 산후 음식이다. 이 단어는 ‘우유’를 뜻하는 수(с??), ‘~이 있는’이라는 의미의 테이(тэй), ‘차’를 뜻하는 차이(цай)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이 차는 물, 우유, 찻잎, 소금 등을 넣어서 끓여 만드는데 그 맛은 밀크티와 비슷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후 음식은 미역국이다. 이 국은 피를 보충해 주고 부기를 가라앉혀 주며 모유가 잘 나오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래서인지 이 국을 결혼 이민자 산모들에게도 권할 때가 많다. 이 말을 하고 보니 문득 몇 년 전에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이 기사에 의하면, 몽골 며느리가 무사히 출산하고 퇴원했다. 몽골 친정어머니는 딸의 출산일에 맞추어 한국에 왔다. 몽골 며느리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한국 시어머니와 몽골 친정어머니는 이 몽골 여성을 두고 사랑싸움을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자기가 준비한 미역국을 내밀면서 “아가야, 미역은 몸에 있는 노폐물을 쫙 빼 주니까 많이 먹어라”고 하셨다. 친정어머니는 양고기국을 끓여주시면서 “얘야, 너는 몽골 사람이니까 양고기를 먹어야 빨리 회복된다. 그런 바다풀을 먹어서 제대로 회복되겠니? 네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너는 뼛속까지 몽골 사람이니까 산후조리는 몽골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몽골 여성은 두 어머니의 사랑싸움에 끼어 참으로 난처했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자문해 보았다. ‘출산 후에는 미역국’이라는 말은 한국인 여성에게는 무척 자연스럽다.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다. 몽골은 바다가 없는 나라여서 이들은 미역과 같은 해산물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몽골 여성들은 산후 음식으로 양고기국을 많이 먹는다. 특별한 양념도 없이 양고기만 넣고 끓이는데 여성들에게는 매우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두 나라 산후 음식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결혼 이주 여성에게는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미역국을 강요하기보다 산모가 좋아하는 헌니슐이나 수테이 차이를 준비해 주는 게 좋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몽골에 체류하며 글을 쓰는 한 한국인 여행 작가의 일화도 생각난다. 그는 머나먼 타국에서 출산한 아내를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양고기 미역국을 끓이기로 했다. 몽골과 한국의 멋진 합작품이었다. 그는 아내를 위한 산후 음식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쇠고기 대신 양고기를 넣었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월계수잎을 조금 넣었을 뿐이다. 이 기발한 생각은 성공적이었다. 그의 아내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양고기 미역국을 받아 들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 두 일화는 우리에게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모든 민족에게는 자기 문화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기 문화에서는 가능한 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상호 문화적 오해나 갈등이 많이 생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한 발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양고기 미역국’ 같은 제3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다문화사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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