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 “어차피 안 된다”고 말하던 한 소년이 스승의 손을 잡고 삶을 바꾼 이후 최근 300㎞를 달려 결혼식장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북 전주소년원에서 인연을 맺은 한 사제의 이야기다.
22일 전주송천중고등학교(소년원)에 따르면 대학생이 된 청년 김모(19) 군은 최근 은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경기 평택에서 전남 순천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혹시라도 늦을까 봐 대중교통을 다섯 번이나 갈아타고 하루 전 미리 도착했으며, 식장에서는 자신의 과거가 누가 될까 우려해 조용히 맨 뒤에 자리했다. 멀리서 스승의 입장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식이 끝날 무렵 조심스럽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진짜 축하드려요. 방해될까 봐 뒤에 있었어요.”
이 말을 들은 스승은 곧장 제자에게 다가가 두 손을 부여잡았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포옹에는 과거의 상처와 시간을 견뎌낸 제자에 대한 대견함과, 다시 일어선 삶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이 청년은 어린 시절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방황하다 지난해 초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등으로 전주소년원에 수용됐다. 앞서 다른 소년원에서 수용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는 “우리 같은 애들은 안 된다”며 마음을 닫고 있었다. 그러나 담임이었던 이승광 교사의 꾸준한 격려 속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너도 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는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소년원에서 소프트웨어(SW)코딩과 한국사, 한자 등 10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20점대에 머물던 성적을 90점대로 끌어올리며 대학에도 4곳이나 합격했다. 현재는 그 중 한 대학에 진학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스스로 삶을 부지런히 꾸려가고 있다.
출소 이후에도 스승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흔들릴 때마다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교사는 “나는 너를 믿는다”는 말로 제자의 마음을 붙잡았다. 청년은 “정말 힘들 때 선생님의 격려가 큰 버팀목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전주소년원 측은 김 군의 이런 행동이 단순한 미담을 넘어 교정·교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운 원장은 “소년원이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회가 낙인이 아닌 기회를 준다면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절망 속에 머물렀던 소년이 스스로 삶을 일으켜 세우고, 청년이 되자 그 시작을 만들어준 스승에게 감사의 발걸음을 내디 300㎞ 여정은 ‘회복’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처벌’과 ‘교화’ 논쟁을 넘어선 또 다른 답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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