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프리랜서 드라마 PD 70여명이 모여 ‘한국드라마PD협회’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최진실 주연 드라마 ‘장밋빛 인생’ 등을 만든 김종창 전 KBS PD가 회장을 맡았고, ‘전원일기’ 등을 연출한 이은규(사진) 전 MBC 드라마본부 국장은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협회 결성의 주축 역할을 했다.
드라마 PD 연합체 성격 협회가 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드라마 PD들이 협회를 결성한 배경에 대해 “리니어 드라마(방송편성 드라마) 시장의 전망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40대에도 이미 실업 상태인 PD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의 위기감을 전하며 “한국 드라마의 외형적 위상은 단군 이래 최고라 할 수준이지만, 창작 환경은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이후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버블’로 표현했다. 그는 “2019~2020년 드라마 제작 편수가 이전보다 약 40% 늘었다”며 “기존 100편 수준이던 것이 140편까지 증가했고,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대규모로 투입하면서 총제작비 규모는 3~4배로 확대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거품이 채 3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돈이 마구 풀리니 잘 나가는 창작자는 몸값이 급등하고 호황이 극단적으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제작 편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진단을 보면 글로벌 OTT에서 한국 드라마로 인해 늘어날 수요는 이미 다 늘어난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며 “OTT는 점차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것이고, 연간 제작 편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버블 붕괴 이후 시장 위축은 제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제작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가 폐업 절차에 들어가면서, 3~4년 전 지급한 작가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많은 작가와 작가 지망생이 드라마를 떠나 웹소설 등 다른 분야로 이동하거나 아예 글쓰기를 그만두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대교체도 비관적 상황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상급 작가들은 힘이 빠져가는 조짐이 보이고, 예비 창작자들은 업계를 떠나고 있다”며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기세인데, 지금은 그 흐름이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창작 주도권 변화도 지적했다. “내 경우 ‘전원일기’로 입봉해 좋은 작가, 훌륭한 연기자들과 3년을 일했다. 그러면서 ‘좋은 드라마’에 대한 기준이 분명히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지상파에 TV문학관이나 베스트극장이 고정 편성돼 많은 작가가 길러지고 다양한 개성이 모였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는 자의식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세운 기준에 창작자가 몸을 맞추는 구조가 됐다.”
“고유하게 형성되어온 한국 드라마만의 세계가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약해졌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약해진 게 아니라 사실상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협회는 올해 프리랜서 PD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한국형 쇼트폼 드라마 모델 기획에 나설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뛰어난 연기자, 작가, PD들이 일이 없어 놀고 있는데, ‘놀면 뭐하니’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비를 대폭 줄인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한류 드라마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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