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리아 등 점령후 고착화 흐름 반복
이스라엘 “안보 위한 완충지대” 주장
국제사회 “영토 확장 의도” 비판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열흘간 휴전에 돌입했지만,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은 철수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와 시리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져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전쟁이 벌어진 각 전선에서 영토를 확보한 뒤 점령을 굳히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라고 설명하지만, 역사적·현실적 맥락을 감안할 때 영토 확장 의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바논 남부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다. 1982년에는 ‘갈릴리 평화의 작전’을 내세워 전면 침공에 나섰고, 수도 베이루트까지 진격한 뒤 친이스라엘 민병대인 남레바논군(SLA)을 앞세워 남부를 실효 지배했다. 그러나 점령 기간 내내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이어졌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레바논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에후드 바락 총리는 ‘레바논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한 뒤 2000년 5월 철수를 단행했다. 그 빈자리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빠르게 메웠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 로켓과 미사일 기지를 구축하며 이스라엘 북부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했고, 2006년 이스라엘 군인 납치를 계기로 34일간의 전면전이 벌어졌다. 전쟁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 채택으로 멈췄지만, 헤즈볼라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의 완전한 경계 준수 등이 이행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스라엘 우파는 2000년 철수를 ‘역사적 실수’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지난 3월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점령해 완충지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레바논 간 열흘 휴전 조건에도 이스라엘군 철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 전략 거점에 병력을 계속 배치하겠다고 밝혀, 이스라엘이 안보를 명분으로 남부를 실효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의 기반이 되기로 한, 국제적으로 공인된 팔레스타인 땅이다. 이 협정은 장차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두 국가 해법’의 토대였지만,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멈추지 않았다.
2005년 아리엘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 정착민 8500여 명을 철수시켰지만, 이는 평화 구상보다는 통치 비용과 안보 부담을 줄이려는 현실적 판단의 성격이 컸다. 이후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하고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이어가자, 이스라엘 내에서는 오슬로 협정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진입의 명분을 제공했고, 극우 진영은 이를 영구 점령의 기회로 봤다. 현재 가자지구는 명목상 휴전 상태이지만, 전후 통치 구상에서는 이스라엘의 장기 개입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정착촌 확대가 더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유대교 역사와 종교적 상징성이 큰 데다, 산악지대를 장악해야 이스라엘 본토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도 뒷받침한다. 네타냐후 정부 들어 정착촌 인구는 7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도 신규 정착촌 건설안이 잇따라 승인됐다.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착촌 확장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적 기반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 골란고원 일대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토 점령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은 그해 6일 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빼앗았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에서 시리아가 탈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을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에 합병했다. 유엔과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를 불법 점령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2025년 12월 유엔 총회는 123개국 찬성으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는 선언을 해 국제적 논란을 낳았다.
2024년 12월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는 이스라엘에 추가 영토 확장의 계기를 제공했다. 시리아 내부 혼란을 틈타 이스라엘은 기존 골란고원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영토 깊숙이 병력을 진입시켰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은 헤르몬산을 포함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고지대다. 이스라엘은 “1974년 시리아와의 병력분리 협정은 아사드 정권과 맺은 것이므로 정권 붕괴와 함께 효력을 잃었다”는 논리로 점령을 정당화하고 있다.
시리아 신정부의 아흐마드 알샤라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2025년 12월 도하포럼에서 “이스라엘은 1974년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는 대안적 완충지대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현재 이스라엘이 새로 진입한 지역에서의 철수 문제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교착 상태다.
◆ 이스라엘은 왜 타국 영토를 욕심내나?
레바논 남부,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시리아 골란고원. 이 모든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단순히 안보 논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스라엘 극우 민족주의 진영에는 ‘에레츠 이스라엘(Eretz Yisrael)’, 즉 ‘대이스라엘’이라는 개념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성경에 등장하는 약속의 땅, 나일강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를 유대인의 역사적 영토로 보는 종교적·민족주의적 관념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공식 국가 목표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동 전문가들은 현재 네타냐후 연립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각료들이 바로 이런 이념을 공공연히 드러내온 인물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주장하고 있고,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가자 재정착을 촉구해 왔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전선별 점령 패턴이 대이스라엘 구상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이스라엘 사회 전체가 영토 확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전쟁 중에도 점령 지역에 대한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 방식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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