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자 세계일보 등 국내 주요 언론에 따르면 검·경 정교 유착 합동수사본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정치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불기소로 종결했다. 전재수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관계자들 역시 공소권 없음 또는 무혐의로 정리됐다. 수사의 출발점이 되었던 ‘정교유착’ 프레임은 사실상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이로써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해온 이른바 ‘정교유착 특검’ 역시 명분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분명하다. 의혹은 거대했지만, 입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합수본은 “진술 외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특히 금품 수수 의혹의 핵심 진술은 전달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간접 진술에 머물렀다. 결국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경위로 주고 받았는가’라는 형사사건의 기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의혹의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지탱할 증거가 없다면 형사책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 이것이 법치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단일 진술에서 출발한 의혹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교유착’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으로 증폭되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경쟁적으로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고, 수사는 이를 뒷받침하듯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세계피스로드재단과 천주평화연합(UPF) 등 통일교 유관 단체들은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조직 전체가 불법 로비의 통로인 것처럼 낙인찍혔다.
수사 결과 정치인도, 종교단체도, 금품 수수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장관직 사퇴와 같은 정치적 타격, 종교단체와 유관 기관이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비난,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 훼손은 고스란히 남았다. 무혐의라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사회적 손실과 심리적 상처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이번 불기소 결정은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 하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다면 기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원칙이라는 점이다. 만약 여론이나 정치적 압력에 따라 무리한 기소가 이루어졌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법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죄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불기소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일정한 함의를 던진다. 정치권과의 금품 수수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다른 사건에서 입증되지 않은 이상, 동일한 구조를 전제로 한 공소 논리는 법정에서 상당한 검증과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은 개별 사건의 증거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소사실을 지탱해온 구조적 전제가 흔들릴 경우 그 신빙성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한학자 총재가 정치권 금품 제공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불기소 결정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수사의 핵심 축이었던 정치권 금품 수수 구조가 상당 부분 입증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혐의 구성 역시 법정에서 재검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구체적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최소한 사건을 지탱해온 전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헌법적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신앙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게 하며 동시에 종교가 정치적 도구로 소모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위법한 행위가 있다면 개별적인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종교 전체를 하나의 의혹 구조로 묶어 정치적 프레임의 희생양으로 삼는 구태는 법치 국가에서 지양되어야 한다. 감정이 아닌 법리, 프레임이 아닌 사실 위에서 판단하는 사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모든 국민과 단체가 차별 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평화 운동과 사회 공헌에 매진할 수 있는 진정한 통합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감정이 아닌 법리가 승리한 ‘정의로운 종결’의 모범 사례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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