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률 70%…드론이 만든 ‘저비용 방공’
AI·군집전까지…요격드론 경쟁, 한국은 늦었다
“3만달러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300만달러 미사일을 쏜다.”
소리 없이 날아와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자폭 드론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상대방을 향해 자폭 드론을 띄우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자폭 드론의 위력을 비로소 실감하게 됐다.
이란 전쟁은 자폭 드론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다. 압도적 군사력을 지닌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이란은 자폭드론을 대량 투입, 중동 내 고가의 첨단 레이더와 산업 인프라 등을 파괴했다.
이에 따라 자폭드론을 저지할 요격 드론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대공미사일로는 가성비가 맞지 않으므로 저가의 요격드론으로 자폭드론 접근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드론 잡는 드론, 하늘 위의 새로운 전쟁
요격 드론이 최근 급부상한 것은 가성비 문제 때문이다.
기존의 지대공미사일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미국산 패트리엇(PAC-3) 미사일 한 발은 300만 달러가 넘는다. AIM-120 ‘암람’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을 사용하는 나삼스(NASAMS) 체계는 한 발당 가격이 100만 달러를 웃돈다.
러시아와 이란이 대량으로 사용한 샤헤드 자폭 드론은 이란 제조원가 기준으로 대당 3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비싼 요격미사일로 저가 자폭 드론을 요격하면 방어 측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공격 측이 비용 부담 없는 자폭드론을 대량으로 쏠 때, 방어 측은 요격미사일 재고를 의식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방공망 공백 위험을 높인다.
이같은 ‘비용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등장한 것이 요격 드론이다.
요격 드론은 전파 교란 등에 의한 드론 공격 저지 시도가 실패했을 때 물리적으로 이를 격추하는 ‘최후 보루’ 역할도 한다.
1인칭 시점(FPV) 드론은 요격 드론 중에서 널리 쓰이는 기종이다. 조종사는 고글을 착용하거나 모니터를 보면서 FPV 드론을 조종, 표적을 추적한다. 값이 싸고 구조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스팅(Sting)이 대표적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총탄 모양의 프레임에 로터 4개를 장착, 시속 343㎞로 비행하면서 3㎞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교전거리는 최대 25㎞다.
가격은 2100달러로서 샤헤드 자폭드론 가격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샤헤드 자폭드론 요격을 위해 다수의 스팅을 띄울 수 있다. 지난해 12월엔 제트 엔진을 장착한 러시아산 게란-3 자폭드론을 격추하는 등 성능도 뛰어나다.
드론을 파괴하지 않고 포획하는 드론도 있다. 불법적 행위에 동원된 드론을 온전히 확보해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치안 활동에 적합하다.
미국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의 드론 헌터는 레이더로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그물로 드론을 포획한 뒤 착륙한다. 영국의 스카이월은 압축가스로 드론 포획용 그물탄을 발사, 포획하고 낙하산으로 표적을 안전하게 착륙시킨다.
드론에 전자장비를 탑재해 위성항법체계(GPS)를 교란시켜 적 드론의 비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도 쓰인다.
전투기처럼 미사일을 발사해 드론을 격추하는 요격드론도 등장했다.
유럽 에어버스가 개발하는 버드 오브 프레이(Bird of Prey)는 표적을 자율적으로 탐지·식별하면 마크 I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한다. 마크 I 미사일은 길이 약 65㎝, 무게 2kg 이하인 경량 유도무기로 사거리는 1.5㎞다.
시제기는 4발, 양산형은 최대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군집 드론 공격도 동시다발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1회용인 FPV 드론과 달리 재사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중동서 수요 폭증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은 요격 드론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계기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샤헤드 자폭드론 수백대를 투입하는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의 소모를 유도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회에 공포를 확산하려는 의도였다.
서방에서 지대공미사일을 지원받아 러시아 탄도·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자폭드론 저지에 미사일을 사용할 순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요격드론을 실질적인 방어 수단으로 인식,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하루에 FPV 드론 1500기를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10만 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지난 2월 키이우 상공에서의 샤헤드 자폭드론 격추 중 70% 이상이 요격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차 1대 값보다 저렴한 요격 드론이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세를 저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방공작전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대당 3만5000달러짜리 샤헤드 자폭드론을 300만 달러짜리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3000달러짜리 요격 드론으로 격추하는 저비용 고효율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요격 드론에 대한 관심과 잠재적 수요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란 전쟁은 즉각적인 행동과 긴급 구매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란이 자폭드론을 대량 투입해 중동 지역 레이더와 공군 기지, 산업 인프라 등을 공격하자 아랍 국가들은 요격 드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 소형·저속·저고도 드론 통합 격파 시스템(FS-LIDS) 10세트와 코요테 드론 요격기 240발 등을 포함한 21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 레이시온이 만든 코요테는 차량, 함정, 헬기 등에 장착된 발사관에서 미사일처럼 발사됩니다. 여러 대가 동시에 발사되어 군집 드론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요격 드론 제작·운용 경험을 축적한 우크라이나도 중동 국가가 주목하고 있다. 드론 요격기술과 경험이 많지만 재정 여건이 부족한 우크라이나와 요격 수단을 찾는 부유한 중동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우크라이나 최대 드론 제조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 체리의 홍보 책임자 마르코 쿠슈니르는 최근 미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중동의 거의 모든 국가가 우리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격드론 발전 포인트는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으로 요격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요격 드론을 중심으로 하는 안티 드론 체계 개발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는 요격 드론 시장을 둘러싼 방위산업계의 고강도 경쟁을 예고한다. 요격 드론 개발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된다.
경쟁자들보다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우선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오랜 기간 대량으로 쏟아질 자폭드론 공격을 저지하려면, 지속 가능한 교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우크라이나산 스팅(대당 2100달러)처럼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3D 프린팅·상용 부품을 적극 활용하며, 대량생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인간 조종사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조종사도 필요하다. 현재는 인간 조종사가 요격 드론을 조종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지만, 군집 드론 공격이 본격화하면 인간 조종사가 이를 100% 대응하기는 어렵다.
AI가 표적을 자동으로 식별해서 실시간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면서, 다수의 요격 드론이 AI로 편대를 구성하고 임무를 분담해서 자폭드론을 파괴하는 작전을 스스로 전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전자전에 대응하는 항재밍 기술도 필수다.
레이더와 지휘통제체계, 요격드론, 지원체계가 포함된 패키지 구성도 중요하다. 구매자들은 개별 제품이 아닌 패키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요격드론 제작사는 패키지 구성이 가능한 체계종합업체의 공급자로 들어가거나, 자체 역량을 통해 패키지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도 니어스랩이 개발한 요격 드론 ‘카이든’이 있다. 지난해 실사격 시험에서 표적을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방위사업청도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 사업을 진행중이다.
다만 북한이 드론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대남 위협을 키우고 있고,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요격드론의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도 요격드론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가속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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