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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대신 펜을 든 의사… ‘효율의 굴레’ 속 현대인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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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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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알렉시스 카렐/페이지2북스/2만5000원

 

19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의사이자 생물학자인 알렉시스 카렐은 메스 대신 펜을 들고 이렇게 물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혈관 봉합술과 장기 이식 연구로 의학사에 한 획을 그은 그는, 인간을 단순한 장기와 세포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근대 과학의 시선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몸과 정신, 감정과 사회적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존재로서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1935년 출간된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현대 문명이 과연 인간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었는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인간의 육체적 조건이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정신적 긴장과 사회적 환경이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산업화와 도시화, 지나친 분업과 효율 중심의 생활이 인간 본연의 리듬을 해치고 있다는 경고다. 따뜻한 실내, 언제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음식, 노동의 감소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약하게 만들었다고도 진단했다.

알렉시스 카렐/페이지2북스/2만5000원
알렉시스 카렐/페이지2북스/2만5000원

“현대인의 신경계는 매우 섬세하다. 현대인들은 대도시의 생활방식과 사무실에 묶인 업무, 사업상의 걱정거리, 심지어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어려움과 고통조차 견뎌내지 못하고 쉽게 무너진다. 어쩌면 위생과 의학, 현대 교육이 이룩한 성과는 우리가 믿어온 것만큼 인간에게 이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삶과도 절묘하게 맞닿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 속에서 집중력은 짧아지고, 즉각적인 쾌락에 길들여진 뇌는 깊이 사고하는 힘을 잃어간다. ‘문명이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는 환경’이라는 그의 진단은, 오늘날 우울과 번아웃, 브레인 포그, 주의력 저하라는 이름으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선택을 대신하는 시대에 이 책은 인간 존재의 고유성을 되묻는다. 우리는 더 편리해졌지만, 과연 더 인간다워졌는가. 인간은 단순히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존재가 아니라 고통과 회복, 사랑과 투쟁, 피로와 휴식을 통해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것이 저자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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