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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신고에도 결국 숨졌다…‘관계성 범죄’ 강경 대응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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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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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이어 창원서도 20대 여성들 사망
경찰 상담·신변보호에도 스토킹살해 반복
정부, ‘7일내 영장 신청’ 관계성 범죄 대응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 연인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경남 창원에서도 직장 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20대 여성이 숨을 거뒀다. 피해자들은 숨지기 전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반복되는 ‘관계성 범죄’에 정부는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 신속한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 강력한 대응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한 좁은 도로에서 김훈의 차량(오른쪽 원)이 피해 여성의 차량을 가로막는 모습. 이후 차에서 내린 김씨는 곧바로 여성의 차량으로 다가가 전동 드릴로 차 유리를 깬 뒤 범행을 저질렀다. YTN 보도화면 캡처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한 좁은 도로에서 김훈의 차량(오른쪽 원)이 피해 여성의 차량을 가로막는 모습. 이후 차에서 내린 김씨는 곧바로 여성의 차량으로 다가가 전동 드릴로 차 유리를 깬 뒤 범행을 저질렀다. YTN 보도화면 캡처

 

◆ 창원 스토킹 살해…경찰 상담 20일 뒤 참극

 

7일 경남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흉기피습 사망사건은 직장 동료인 30대 남성 B씨의 스토킹 범죄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사건 20여일 전 경찰서를 찾아 스토킹 상담을 했지만 변을 당했다.

 

창원 한 중견기업에서 함께 근무했던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간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같은 해 12월 초부터 B씨에 대한 이상함을 느낀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만남을 거부했다. 이후 A씨는 지난 1월 가족 병간호와 B씨의 집착 등을 이유로 직장을 퇴사했다. A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B씨는 협박성 문자를 5건 보냈다.

 

이 같은 문자에 A씨는 지난달 5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을 직접 찾아가 10분가량 상담을 했다. 당시 A씨는 “한때 호감을 갖고 연락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헤어졌다. 그런데 계속 협박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취지로 상담받았다. 경찰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라. 계속 연락이 오면 스토킹 신고나 사건 접수가 가능하다. 피해 사실이 있으면 진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A씨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나 B씨에 대한 정확한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고 귀가했다.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인근 주차장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과학수사단이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창원=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인근 주차장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과학수사단이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창원=연합뉴스

 

사건 당일 오전 B씨는 건강 문제를 들어 회사를 그만둔 뒤 A씨 거주지로 찾아가 1시간20분 가량 기다렸다. A씨가 나오자 이들은 B씨가 사는 아파트로 택시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린 B씨는 A씨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A씨를 흉기로 찌른 뒤 자해했다. A씨는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직후 40m를 달아나 인근 상가 1층의 한 점포로 피신하며 구조를 요청했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하루 만에 숨졌다. B씨 역시 치료 중 지난달 31일 사망했다. 경찰은 피의자인 B씨가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 남양주 ‘김훈 사건’…신변보호도 무용지물

 

앞서 지난달 14일 오전 8시58분쯤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도로에서도 김훈(44)이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 C씨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여성은 사건 전부터 그의 집착과 위협에 시달려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고 ‘맞춤형 순찰’ 대상자로 등록되는 등 신변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으나 범행을 피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스마트워치를 제공받은 스토킹 피해자 대상 살인 또는 살인 미수 범죄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지난해 5월 김씨를 가정폭력 혐의로 신고했고, 김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후 C씨는 지난 1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지난 2월엔 김씨를 스토킹 등 혐의로 고소했다. C씨 차량에서 김씨가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추적 장치가 두 차례 발견됐으나 경찰은 김씨를 유치장에 구금하는 등 격리하지 않았다. 김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C씨 주변을 계속 배회했지만 경찰에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김씨가 착용한 전자발찌는 과거 성범죄와 관련된 것이라 C씨 근처에 가더라도 경보가 울리지 않았던 탓이다. 김씨는 경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고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범 김훈 머그샷. 오른쪽은 지난달 14일 경기 남양주시 오남저수지 인근 사건 현장. 경기북부경찰청 제공·YTN 보도화면 캡처
남양주 스토킹 살인범 김훈 머그샷. 오른쪽은 지난달 14일 경기 남양주시 오남저수지 인근 사건 현장. 경기북부경찰청 제공·YTN 보도화면 캡처

 

C씨는 사건 발생 2분 전 경찰이 준 스마트 워치를 눌러 구조 요청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112 신고 기록 자료를 보면 C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56분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를 통해 “구해주세요, 신고해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신고했다. 신고 기록에는 ‘남녀의 시비 소리’와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으며 이후 ‘비명 소리만 들리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고 후 약 10분이 지난 9시7분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C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 잇따른 제도 허점에…정부, ‘관계성 범죄’ 강경 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남양주 사건에 대해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피해자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허위 보고 정황이 있는 경찰관 2명을 수사 의뢰하고, 사건 부실 대응에 관여된 10여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부터 수사 중인 스토킹·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도 나섰으나, 학대 예방 경찰관(APO) 시스템상에 경남 창원 사건 관련 상담 내용은 기재되지 않으면서 조사 대상조차 되지 못했고 사건은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관계성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전날 발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스토킹·교제폭력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 합동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경찰은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후 7일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 등 잠정조치를 반드시 함께 신청하도록 하는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와 경찰청 간 시스템을 연계해 출동 경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정보가 피해자 스마트워치와도 연동돼 가해자 접근 상황을 즉시 전달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수사기관이 잠정조치를 청구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외에도 교제폭력의 별도 법제화, 잠정조치 기간 연장과 횟수 상향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관계 부처가 추가로 검토해 대책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경찰청이 발표한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 결과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16일 동안 2만2388건을 점검했고 이 가운데 1626건을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했다. 구속영장 신청은 일평균 5.1건에서 24.3건으로 늘어 약 4.8배 증가했다. 유치 신청은 460건으로 전년보다 678% 늘었고 전자장치 부착 신청도 371건으로 867% 증가했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율은 35.7%, 유치·전자장치 결정률은 각각 26.5%, 35.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신청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격리 조치를 병행 신청하면서 전년보다 비율이 낮아졌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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