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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손·발·시선’ 뇌졸중 신호 기억하자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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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남성이 3시간 전 발생한 실어증으로 응급실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실어증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측 팔, 다리 마비 동반을 예상하며 급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검진을 해보니 예상과 다르게 환자는 좌측 팔, 다리 마비와 함께 전실어증, 우측으로 안구편위가 있었다. 급성 뇌졸중 감별을 위해 뇌MR 검사 결과, 우측 중대뇌동맥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이 확인됐다. 필자가 전공의 1년차 초반에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진료했던 환자 김민호씨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환자 박철수(61세)씨는 12시간 전 발생한 좌측 중대뇌동맥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방문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심한 우측 팔, 다리 마비와 함께 전실어증이 예상되는 병변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우측 팔, 다리 마비는 심했지만 놀랍게도 의료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고, 이후 입원 중에도 대화가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의 언어 중추는 왼쪽 대뇌반구, 즉 좌측이 우성반구이다. 따라서 좌측 중대뇌동맥이 막히면 실어증이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이다. 반대로 오른쪽이 막히면 왼쪽 편마비나 공간 인지장애는 흔하지만 말은 비교적 잘하는 경우가 많다.

박씨의 경우 왼손잡이였기 대문에 언어중추가 오른쪽에 위치했고, 좌측 뇌경색이 있어도 말하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와 달리 김씨는 오른손잡이임에도 우측 뇌졸중에서 실어증이 발생했다. 드문 경우지만 뇌신경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바로 ‘교차 실어증(crossed aphasia)’이었다. 그는 언어중추가 일반적인 좌측이 아닌 오른쪽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약 86%는 오른손잡이, 6%는 왼손잡이, 8%는 양손잡이로 알려져 있다. 오른손잡이의 95%는 좌측, 왼손잡이의 70%도 좌측이 언어중추다. 하지만 왼손잡이의 약 30%, 오른손잡이의 약 5%에서는 우측 대뇌반구가 우성반구로 작용한다. 그 결과 일반적인 뇌졸중-실어증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과 바뀌는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오른손잡이 환자가 오른쪽 대뇌반구에 뇌졸중이 온 이후 실어증이 발생하는 교차실어증이 5% 정도에서는 발생할 수도 있어 처음 신경학적 검진을 할 때 이러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이 두 사례는 뇌 기능의 배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뇌는 좌우로 나뉘어 있지만 기능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는 좌측 대뇌반구가 우성반구이며, 말하기와 이해하기, 읽기와 쓰기, 계산과 논리적 사고 같은 기능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우측 반구는 공간 인지, 거리 감각, 주의 조절, 감정과 억양의 이해, 전체적인 상황 판단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통 “좌뇌는 말하는 뇌, 우뇌는 느끼는 뇌”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오른쪽 뇌졸중인데 말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왼쪽 뇌졸중인데 유창하게 대화하는 사람도 있다. 즉, 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그 기능의 위치도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증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뇌졸중 치료의 성패는 시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말이 어눌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얼굴이 갑자기 마비가 발생하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뇌 기능의 다양성은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졸중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응급상황이라는 것이다. 뇌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뇌건강을 위한 골든 타임은 모두에게 같다. ‘이, 웃, 손, 발, 시선’( 이~하고 웃지 못하거나,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을 기억하고, 증상 발생 시 골든타임을 지켜 후유장애 없이 생활하자.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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