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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거목 박경리의 ‘희로애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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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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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유고 시집 출간
‘사람’ ‘발걸음’ 등 47편 수록
특유 구어체 등 말맛 그대로

“홍수같이 눈물 쏟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슬픔이 우주만 한들/ 떠들고 웃고 춤을 추어도/ 마냥 그럴 수만은 없지/ 강변에서 불덩이 같은 해가 솟고/ 또 쓸쓸히 달이 떠오르는데”(‘사람’ 부문)

대하 장편소설 ‘토지’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의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다산책방·

대하 장편소설 ‘토지’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의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다산책방)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근 출간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하 장편소설 ‘토지’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의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다산책방)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근 출간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진)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토지문화재단 소장 자료에서 발굴한 미공개 유고 시 가운데 ‘사람’을 비롯해 47편이 담겼다.

“심장의 고통을 헤어본다/ 숨 가쁘다 한숨으로 달랜다/ 흐무러진 석축 위를/ 내가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내 청춘이 걸어가고 있다”(‘발걸음’ 부문)

시편들은 시대와 역사, 가족과 고통,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박 선생의 시선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삶을 되돌아보며 토해내듯 적은 고백, 원주에서의 시골살이 속 소소한 기쁨과 무료함, 시대를 향한 분노와 체념,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 등.

“창가에 앉아/ 해 지는 것을 보며 문득/ 먹물 같은 안개가/ 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아득한 날들이/ 소리 죽이며 다가온다/ 그리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한없이 지나간다”(‘어둠을 기다리며’ 부문)

제목이 달리지 않은 시의 경우 작가의 외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작가의 삶과 문학을 생각하며 가제를 덧붙였다.

박 선생은 소설가로서 워낙 익숙한 이름이어서 ‘시인 박경리’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엄연히 생전에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겼다. 소설가 등단보다 1년 앞선 1954년 상업은행 행우회 사보 ‘천일’에 시 ‘바다와 하늘’ 발표를 시작으로 ‘못 떠나는 배’,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원주에서 대하소설 ‘토지’의 최종장인 5부를 집필하던 시기, 박경리는 노트와 원고지에 하루하루의 노래를 적어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유고 시집에는 미공개 시편과 함께 작가의 육필 원고도 일부 수록했다. 작가 특유의 향토어와 구어체, 말맛과 호흡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서문’에서 “할머니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써 내려간 조각조각난 글들을 바라보니, 가족으로서 할머니가 감당하며 살아왔을 슬픔과 고통의 무게와 깊이가 심장을 찔러 왔다”며 “이 슬픔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할머니가 슬픔의 밑바닥에 숨겨 놓은 찬란한 빛을 찾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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