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품은 고유한 가치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기획이 시작된다. 한국섬진흥원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선정한 ‘이달의 섬’ 가운데 역사·자연·문화적 의미가 두드러진 곳을 엄선해 기획기사로 재조명한다. 이번 연재는 단순한 관광지 나열을 지양하고, 섬이 축적해온 인문적 가치와 공동체의 삶을 입체적으로 짚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료 접근성, 기관 주요 사업과의 연계성, 계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으며, 특정 권역이나 유형에 편중되지 않도록 선별 기준의 균형도 담보했다. 기획은 2026년 3월부터 월 2회 순차 게재되며, 총 20개 섬이 차례로 소개된다. 섬마다 켜켜이 쌓인 풍경과 삶의 결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섬의 가치’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 주>
◆200여만 송이 수선화 ‘활짝’…봄, 섬 전체를 물들이다
전남 신안 앞바다의 작은 섬 선도는 봄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섬 곳곳을 채운 노란 수선화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바다와 갯벌, 마을 길까지 온통 봄빛으로 물들인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이어진 수선화 군락은 이제 선도를 상징하는 대표 풍경이자,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 됐다.
면적 5.23㎢의 아담한 섬인 선도는 생김새가 매미를 닮아 ‘선도(蟬島)’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미 섬’보다 ‘수선화 섬’이라는 별칭이 더 익숙하다. 이 이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주민들의 손길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선도의 수선화 이야기는 한 주민의 작은 실천에서 출발했다. 서울 생활을 마치고 남편의 고향으로 돌아온 현복순 할머니가 집 마당과 주변에 수선화를 심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바닷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꽃을 본 이웃들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수선화는 점차 섬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후 신안군이 식재를 확대하면서 현재는 17종, 약 234만 구근이 심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수선화 군락지로 자리 잡았다.
선도는 단순한 ‘꽃섬’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낙지 잡이와 김 양식이 이어져 온 전형적인 어촌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선도가 속한 신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에 포함된 지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갯벌에서 맨손으로 낙지를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6호’로 지정될 만큼 보전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수선화가 만개하는 봄의 선도가 더욱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위에 주민들의 삶과 노동, 시간이 겹겹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 대신, 섬에 살던 사람들이 스스로 가꾸고 지켜온 풍경이 오늘의 선도를 만들었다.
한국섬진흥원은 선도를 “단순한 꽃섬을 넘어 주민의 손으로 완성된 대표적인 인문·생태의 섬”이라고 평가한다. 수선화가 만개한 선도는 봄이라는 계절을 가장 섬답게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다를 건너 닿은 작은 섬에서, 주민들이 심고 가꾼 꽃이 빚어낸 풍경을 마주하는 일. 선도는 ‘천천히 걷고, 오래 바라보게 되는 섬’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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