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 87% 폭등
장기화 조짐 속 불확실성 갈수록 고조
즉시 출금 가능한 파킹통장·CMA 활용
원자재 관련 기업들 구조적 수혜 전망
금값 단기 변동성 커져 분할매수 권장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어가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산 관리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전쟁 이후 87% 폭등한 고유가 시대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전쟁 시작 전 약 67달러 수준에서 지난 8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유가 상승이 단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이달 들어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12∼119달러대까지 치솟아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무역적자 확대와 원화 약세 압력을 동반하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와 기업 원가에 반영된다.
◆현금화가 1순위… 금리 변화 대응해야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산 전문가들은 현금 확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적인 금·달러 투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거시 변수의 연쇄 흐름을 읽고 자금을 선제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장이 요동칠 때는 현금 유동성 확보가 우선순위다. 즉시 출금 가능한 파킹통장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한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파킹통장은 인플레이션 방어와 유동성 확보를 동시에 충족하는 단기 피난처다. 현재 주요 파킹통장의 금리(연 3∼4% 수준)를 누리면서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생활비 6개월분을 투자 자금과 분리해 파킹형 상품에 보관함으로써 강제 청산 리스크를 방지하는 기반이 되고, 유휴 자금의 기회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은 만기가 분산해 도래하도록 가입하는 것이 좋다. 박 지점장은 “정기예금은 6·9·12개월로 나눠 사다리 구조로 재투자 유연성을 확보하라”며 “금리 상승 시 단기 자금부터 전환하고, 금리 하락 시 장기 자금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수익을 방어한다”고 설명했다.
김서희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지금은 방향을 맞추는 투자보다 금리와 환율에 대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리 상승 기대감을 반영해 확정금리를 주는 방카슈랑스 금리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5년간 금리를 확정할 수 있는 구조인 하이브리드 연금보험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선점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인당 1억원(10년 유지 시)의 비과세 한도를 함께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비중 확대하고 우량주 주목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하더라도 버티는 업종으로는 원자재 관련 기업이 꼽히며 에너지 업종이 구조적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가 시대가 길어지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 세계가 대체 에너지원으로 눈을 돌릴 수 있고, 이는 관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영실 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PB팀장은 “고유가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는 에너지 안보 투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며 “내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자산에서 그 비용을 상쇄할 수익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전체 자산의 20∼30%는 에너지 전환 테마나 현금 흐름형 상품으로 교체 매매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부문으로는 원전 및 전력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 쪽이 거론된다. 김 팀장은 “은행에서 가입 가능한 원자력 테마 펀드나 글로벌 인프라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은 장기 트렌드에 올라탈 좋은 수단”이라며 “단기 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로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도 유망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우량주와 전통적인 고배당주도 추천된다. 정성진 KB강남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유망한 미국 S&P500지수 및 글로벌 기술주 섹터,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관련 섹터의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지점장도 “가격 전가력이 높은 미국 대형 우량주(S&P500형, 배당성장형 ETF)와 코스피200 중심의 국내 우량 ETF를 병행해 분산 투자하며, 반드시 분할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또한 주가 하락기에도 배당 수익이 완충 작용을 해 하방 경직성이 강한 은행·통신주 등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추천 대상이다.
◆금, 타이밍보다 장기적 접근으로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구간에서는 결국 안전자산 가치가 부각된다. 이수열 신한 PWM 태평로센터 PB는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내 금, 은, 원자재 등 실물 자산 비중을 늘려 인플레이션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 발생하는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아끼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중동 사태에서 개전 초기 급등했던 금값이 위기 고조와 함께 오히려 수직 낙하하는 ‘안전자산의 역설’이 벌어진 바 있다. 6년 만에 최대 주간 낙폭이었다. 3월 초 온스당 542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에서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됐다. 달러 초강세, 주식 시장 폭락에 따른 마진콜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이 안전자산보다 현금 확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금값의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은 타이밍을 예측하기보다는 분할매수 전략이 권장된다. 일정 기간 분산 매수하며 평균 단가를 낮추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박 지점장은 “금 적립계좌를 통해 0.01g 단위 소액 적립이 가능하며, 단기 차익보다 장기 분산 관점에서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금 투자 방법은 실물 금, KRX 금시장, 금 ETF, 금 통장 등 4가지가 있는데 세금과 수수료 구조가 각각 다르다. KRX 금시장은 실물을 직접 인출하지 않는 조건 하에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면제되는 세제 혜택이 있다.
◆달러 상품 활용해 위험 분산 가능
고환율 환경을 고려한 위험 회피 전략으로 달러 외화를 정기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편입하는 것도 살펴볼 만하다. 달러 외화 RP는 증권사가 보유한 안전한 외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약정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수시형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어 파킹통장처럼 활용할 수 있으며 약정형은 기간을 설정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김 전문위원은 “지금과 같은 변동성 국면에서는 예금으로 금리 대응력을 확보하고, 보험 상품으로 금리를 선점하며, 달러자산으로 환율을 분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연금보험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금리를 기반으로 5% 내외의 확정금리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이자 지급방식에 따라 매월 쿠폰 형태로 이자 수령이 가능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달러는 환율 변동성이 클 때 분할매수로 적립하면 고금리 이자와 원화 약세 시 환차익(비과세)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다만 전체 자산의 10% 이내로 비중을 제한할 것이 권고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환산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외화 RP의 경우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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