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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중요한 건 속도”…첫 토론회서 나온 주문 [기웃,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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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김은재 기자 a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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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첫 토론회
전문가·시민·미래세대 한자리에
2031~2049년 탄소감축 방안 논의
“방학숙제 마냥 뒤로 미루면 안 돼”
‘핵심은 빠른 감축’…한목소리

“2030년까지의 탄소 감축 계획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산 시민 이춘우 씨가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지자 회의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전문가와 시민,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두고 의견을 나누던 자리에 어떻게 보면 핵심을 파고든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기후·안전·법 분야 전문가들과 356명의 시민대표단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한국 사회가 어떤 속도로 탄소를 줄여야 할지’를 놓고 28일 첫 논의에 들어갔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개최한 ‘시민의 선택’ 토론회 장에서다.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을 앞두고 국회는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이날 첫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장에서는 “감축의 결과뿐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2050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 온실가스를 앞당겨 줄일지, 아니면 뒤로 미루어 줄일지에 따라 미래세대가 맞닥뜨릴 기후위기의 크기와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온실가스 감축, 중요한 건 ‘속도’

 

이날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감축 속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기후위기의 파급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2050년에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얼마나 이른 시기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탄소를 줄이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래 탄소배출 경로(감축 속도)가 미래세대가 겪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결정한다”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누적이 빠를수록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더욱 촉진해 기후변화 심화 정도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종 도착점이 같더라도 ‘온실가스를 조기에 신속하게 줄이는 방안’과 ‘후반부에 몰아서 감축하는 방안’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세대가 마주할 기후위기 피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진 셈이다.

 

김태호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도 탄소 감축 문제를 ‘방학숙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방학숙제는 미리미리 해야 한다. 개학이 다 돼서야 숙제를 하려 들면 다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탄소 감축도 마찬가지로 뒤로 미룰수록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세대들에게 주어질 기회가 너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탄소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8월 27일 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기후소송 등 기후 헌법소원 소송 주체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헌법이 보장한 권리, 정부와 국회는 응답하라"며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5년 8월 27일 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기후소송 등 기후 헌법소원 소송 주체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헌법이 보장한 권리, 정부와 국회는 응답하라"며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들도 “감축 계획 더 강화하자”

 

시민대표단 사이에서도 지금보다 더 강화된 탄소 감축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대표단 이춘우 씨는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계획이 미래세대에게 불안감을 준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그런 취지에 비추어 보면 2030년까지의 계획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법 개정 과정에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책임연구관은 “앞으로 4년 밖에 남지 않아 현재의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며 “기존 계획을 더 강화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려면 여기 있으신 시민대표단이 탄소 감축을 더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의견을 표명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예 교수도 현재와 같은 탄소 감축 속도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마저 쉽지 않다며 적극적인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현재 전문가들이 볼 때 전 세계적 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어서 2050년 탄소중립이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며 “현 상황으론 우리가 계획했던 시점보다는 지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이루지 않고 지연될수록 자연은 그에 굉장히 정직하게 반응한다”며 “기간이 조금 늦춰지더라도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불타고, 잠기고…아이들이 본 2050년 지구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래세대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15세 미만 청소년으로 구성된 미래세대 대표단은 이날 직접 그린 ‘2050년 지구의 모습’ 공개하며 시민들 앞에 섰다.

 

“우리가 살게 될 지구의 그림을 그렸어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면적이 줄어들고, 바짝 마른 숲에선 산불이 번질 것 같아요. 미세먼지와 오염된 공기 속에서 방독면을 쓴 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봤습니다.” (홍지우·고지후 군, 대구 미래세대 대표단)

 

홍지우 군은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소개하며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권리가 있는데 기후위기로 불공정이 심화될 것 같다”며 “모든 세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 수칙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에서 신영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원환경운동연합, 다산인권센터와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 7월 5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에서 신영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원환경운동연합, 다산인권센터와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 살고 있는 미래세대 김다은 양도 “기후위기 문제가 다가올 미래에 더 심각해지는 만큼 기후와 환경을 위한 법 제도를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생각하고 모두가 실천해, 다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내달 5일까지 4차례 토론…이후 법 개정 시작

 

시민대표단은 다음 달 5일까지 세 차례 토론을 추가로 이어가게 된다. 토론은 29일, 내달 4~5일에 5대 권역(서울·인천·경기·제주, 충청·강원, 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진행된다.

 

토론 주제는 ‘감축 목표’, ‘감축 경로(속도)’, ‘이행 수단’ 순으로 짜였다. 이날 356명의 시민대표단은 생방송 토론에 앞서 관련 설문에 먼저 응답했고, 내달 5일 마지막 토론을 마친 뒤 다시 한 번 같은 설문에 참여할 예정이다. 숙의 전후 인식 변화가 담긴 설문 결과는 국회 기후위기특위에 전달돼 향후 법 개정 논의 과정에 활용된다.

 

현재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2024년8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지속적인 탄소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법률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2030년까지만 제시돼 있고, 2031~2049년 감축 목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영유아·시민단체가 제기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헌법소원)이 발단이 됐다.

 

*현장을 기웃거리다 주워 담은 모든 기후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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