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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서울의 기록…70년 만에 돌아온 미군 병사의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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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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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나던 서울의 얼굴이, 주한미군 병사의 카메라를 통해 70여 년 만에 돌아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953년부터 2년간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헨리 레온 스패포드가 수집한 슬라이드 필름과 사진, 문서, 훈장, 성조기 등을 기증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자료는 스패포드의 딸 케이틀린 앤 스트롬멘이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에 있던 자료는 현지 인수 과정을 거쳐 국내로 옮겨졌고, 수증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수증이 확정됐다.

 

이번에 기증받은 35㎜ 슬라이드 필름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1954년 서울의 도시 풍경이 비교적 선명하게 담겨 있다. 종로와 시청, 덕수궁, 경복궁, 을지로, 삼청동과 안국동, 서촌, 용산 등 오늘날 서울의 중심 지역들이 당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사라진 중앙우체국과 중앙청 건물, 종친부의 흔적, 안국동 골목 풍경, 1954년 남창동 화재 현장까지 포함돼 있어 전후 서울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이 필름은 단순한 도시 기록을 넘어 ‘병사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스패포드가 복무했던 미 육군 제501 통신정찰대 본부와 주둔지, 막사 내부, 군용기와 장비 등이 함께 촬영돼 공식 기록에서는 보기 어려운 미군의 일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이 촬영한 사진이기에 가능한 생활 밀착형 장면들이 군사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쟁 속에서도 이어진 시민들의 삶이다. 거리 곳곳에 걸린 반공 구호와 당시 미국 부통령 리처드 닉슨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은 시대 분위기를 생생히 전한다. 김장철 시장 풍경에서는 개량종 채소 보급 이전의 식생활이 드러나고, 전차와 버스, 손수레와 달구지가 뒤섞인 도심 교통은 과도기적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삼청동 일대 빨래터와 골목, 좌판 상점 풍경 등은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지속된 일상의 힘을 증언한다.

 

기증 자료에는 필름 외에도 스패포드의 개인 사진과 문서, 훈장, 국기 등이 포함돼 그의 삶 전체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수여한 훈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감사 서한은 그가 한국과 맺은 인연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자료다. 한 개인의 생애가 한·미 동맹의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케이틀린은 “아버지는 한국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고, 특히 한국의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이 자료가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들 역시 한국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물관은 이번에 수증한 자료를 등록한 뒤 수장고에 보관하고, 디지털화와 공개 작업을 통해 연구자와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로도 공개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자료는 한국전쟁 직후 서울의 도시 풍경과 시민들의 일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문 기록”이라며 “민속과 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 자료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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