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동맹 조건 동시 급변
美 대중국 방어선 밖에 놓인
韓 과거와 다른 전략적 지향 필요
현재를 사는 한국 사람들은 평화로운 시대에 급속한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리며 지금은 세계경제의 중심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간협력체제, 즉 전후국제질서가 당연한 것(노멀·normal)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40여 년간 지속되어 온 냉전이 35년 전 종식되었고, 지금은 전후의 다자간협력질서가 무너졌다. 시대의 변화를 역사로 배우는 게 아니라 매일 직접 체험하며 살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한다.
시대의 풍경은 빠르게 변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노멀은 새로운 기준(뉴노멀·new normal)으로 바뀐다. 종래의 정책(old-deal)도 새로운 정책(new-deal)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그 뉴노멀은 사실은 오래전의 노멀, 즉 올드노멀이고 새로운 정책도 훨씬 이전의 옛 정책의 부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역사에서 교훈을 찾으라고 하는 것이다. 국가 간 연합과 공통의 규범으로 유지되어온 전후 다자간협력질서도 한 시대의 특징일 뿐이다. 각자도생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것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시되던 국제적 양태였다. 즉 올드노멀이다.
그러나 안전을 지키려는 국가의 행태는 변하지 않는다. 단지 안전을 지키는 방법, 즉 국가들이 서로 관계하는 형태가 조금 달라질 뿐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한 마리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행동하고 안전하기는 어렵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연합했고 공통의 규범에 따라 행동했다. 17세기에 토마스 홉스가 근대국가의 지배체제로 묘사한 리바이어던의 지배도 그 기본은 연합이다. 그것을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세계정부 체제로 설명하여 오늘날 유엔과 유럽연합(EU)의 모태이론이 되었다. 미국(아메리카연방)도 고대 소아시아반도 남쪽 그리스 식민도시들의 민주주의적 연합체인 ‘리시아(Lycia)연맹’을 모델로 한 국가 연합체다.
냉전이든 각자도생의 시대이든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이 서로 잠재적 위협, 또는 비호감성으로 공존하는 기묘한 균형상태(status quo)는 변함없는 노멀이다. 남북관계, 북·미, 북·일, 북·중관계, 중·일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그리고 미·중 대립까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그렇다. 북한은 모든 주변국에 적대적 공생조건을 제공한다. 대만도 미·중 간 대립으로 생존하고 있다. 비민주주의적 독재체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불행도 변하지 않는 노멀이다. 물론 남북한 분단 상태와 북한의 남침 위협도 여전히 계속된다. 한·미동맹과 미군의 한국 주둔도 70년간 유지되어 오는 노멀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등 지구반대편 전쟁들이 ‘예측불가능한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세계의 경제안보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국제안보와 동맹의 조건이 동시에 급변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과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작년 말 공개한 안보전략에서 일본과 필리핀을 연결하는 대중국 방어선인 제1도련선(과거의 애치슨라인)의 바깥쪽에 놓이게 되었다. 한국이 한반도의 안보를 전담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만드는 ‘예측불가능한 뉴노멀’이 곧 미국의 정책으로 고착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리바이어던의 역할이 약해진다고 당장 각자의 투쟁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안보장치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조건(노멀)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방어선 밖 적진에 놓이게 된 한국이 다시 발화점(shatterbelt)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에 ‘안보외교의 자율적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지향성은 필요하다. 북한의 핵 위협을 안고 사는 한국이 모든 주변국과 친교와 실용적 협력을 유지하여 전쟁을 예방하는 한국판 헤징이 나쁜 안보전략은 아니다. 그런 역할이 오히려 한·미동맹과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예측불가능한 뉴노멀’은 건전한 경제정책과 군비 증강은 물론, 병역 기간 연장과 핵 방호시설 확충, 민방위훈련 강화 등 위기관리형 국내정책이 안보전략의 선결 조건임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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