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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인류세의 행정, ‘반응’ 넘어 ‘공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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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대한민국 산림청이 예년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발령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겨울 산불이 일상이 되고 극한 호우가 여름의 상식이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통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지구의 지질학적 힘으로 등장한 인류세(Anthropocene)는 행정학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의 관료제가 재난이 발생한 뒤에 움직이는 반응적 행정(Reactive Administration)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구 생태계와의 공존을 전제로 한 선제적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후 상황은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랐다. 아열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에너지 수요의 급증은 행정의 관리 범위를 인간 사회 너머로 확장시킨다. 하지만 우리의 행정 체제는 여전히 인간 중심적 칸막이 행정에 갇혀 있다. 세계적 석학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는 인류세의 정치를 ‘임계 구역(Critical Zone)’ 내에서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가치 정립 과정으로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 리바이어던은 더 이상 인간만을 통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기후와 토양, 미생물을 포함한 비인간 행위자들과의 공생을 설계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해외 선진 사례는 행정의 범주를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프랑크 비어만(Frank Biermann)이 주도하는 지구 시스템 거버넌스(Earth System Governance) 프로젝트는 행정의 책임을 인간 세대를 넘어 생태계 전체와 미래 세대로 넓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실제 사례로 뉴질랜드는 테 우레웨라(Te Urewera) 숲이나 왕가누이강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여, 행정 기관이 자연을 보호 대상이 아닌 대등한 협상의 파트너로 대우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는 행정이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ctors)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구적인 모델이다.

우리 행정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선제적 행정(Anticipatory Governance) 체계의 구축이다. 2026년 본격 가동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AI 기반 재난 예측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위기가 닥치기 전에 사회 구조를 조정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공공가치(Public Value)의 재정의다. 효율성과 민주성을 넘어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공공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

결국 인류세의 행정은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공존하는 지혜여야 한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행정의 상상력을 넓힐 때 비로소 우리는 기후 재난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규제가 아니라, 지구와 함께 호흡하는 ‘공존의 리바이어던’이다. 나아가, 핵심 자연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이를 대변할 ‘생태 후견인’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국경을 초월하는 기후 재난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제 사회와 연대하는 글로벌 스튜어드십(지구적 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 또한 인류세 시대 우리 행정이 완수해야 할 필수 과제이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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