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시키겠다고 한 기한을 연기시키는 한편 미국과 이란이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의 길목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과 대화 중”…‘발전소 공격’ 시한 늘린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인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 23분쯤 (미 동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부 대문자로 된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나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이틀 동안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해 왔음을 기쁘게 보고한다”며 “이 심도 있고 구체적이며 건설적인 대화의 분위기와 흐름에 비추어, 그리고 이러한 논의가 이번 주 내내 계속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여, 나는 전쟁부(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회담과 논의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7시44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금부터 48시간 내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이날 저녁이면 48시간 시한이 다 되는 것이라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시한 도달 12시간 정도를 앞두고 불쑥 이란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5일간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 공격을 보류하고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사실상 데드라인이 금요일인 27일까지로 미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 글을 올린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란은 합의하고 싶어 하고, 우리 역시 합의를 원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특사 스키브 위트코프가 이란과의 협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저녁까지 논의가 진행됐다”며 “오늘은 아마 전화로 협의를 할 것 같다. 하지만 매우 곧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협상을 타결할 의향이 매우 강하다. 더 이상의 전쟁도, 더 이상의 핵무기도 없어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내용에 이란의 핵무기 포기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합의가 성사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유가도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찾는 트럼프…협상 쉽지 않을 듯
전날 액시오스가 미국이 이란과 초기 협상 준비에 들어섰다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고농축 우라늄 문제 해결 △핵프로그램과 대리세력 지원에 대한 장기 합의 등이 합의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란에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핵시설 해체와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 ‘6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집트, 카타르, 영국이 가운데서 양측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이집트·카타르에 따르면 이란 측에선 ‘향후 전쟁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이를 미국에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한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 대화 당사자가 누구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 이란 매체에서는 즉각 이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 양국 간 어떠한 대화도 존재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시간을 벌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협상 실체에 의문을 더하는 대목이다.
다만 제3국을 통한 의사 타진이 오고 가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5일간 ‘최후통첩’을 유예한 점 등은 협상을 통한 적대행위 중단에 청신호로 보인다. 이란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들고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 마련이 한시라도 급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미군의 해외 개입에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지지층 내부의 분열도 심상치 않다.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동맹국의 지원 요청을 받으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주일미군 소속 제31 해병원정대를 비롯해 수천명 규모의 미군 병력과 강습상륙함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어 추가 병력이 당도하는 대로 전열을 재정비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정도의 파상공세를 펼치겠다는 계획 하에 일종의 ‘연막작전’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에 대한 태세가 매일 바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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