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4배 면적에 인구 106만
삼성·기아 등 대규모 기업 ‘둥지’
GRDP, 1인당 GDP 3배 웃돌아
동탄신도시 ‘보타닉가든’ 조성
도심 속 거대한 녹색허파 역할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도 활발
#1. 이달 24∼25일 경기 화성시 효행로. 화성시가 주최한 ‘화성(MARS) 2026 투자유치 &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대표 로봇 기술·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수백곳이 몰렸다. 행사장에선 투자유치 설명회와 AI 스타트업 협약식이 열렸고 우수 기업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기업의 AI 전환과 AI 도시 실현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국가 AI 전략과 도시 적용 모델, 공공 AI 활용 사례 등이 공유됐다. 행사의 백미는 ‘MARS 얼라이언스’ 출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IBM, 카카오, SKT, CJ올리브네트웍스, 퓨리오사AI 등 선도 기업이 참여해 기업·도시가 함께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무게를 뒀다. 시 관계자는 “수요와 정책 지원을 연계해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대전환(AX)’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2.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지난해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서 화성시는 도내 31개 시·군 중 가장 높은 고용률(67.1%)과 경제활동참가율(68.7%)을 나타냈다. 생산가능인구의 실제 취업 및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산업, 정주 환경, 생활 인프라의 복합적 시너지 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주관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공시제 부문 최우수상 등 5년 연속 수상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젊고 역동적 도시… 변방서 중심축으로
지난해 1월 인구 106만 특례시로 재출범한 화성시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달 만세·효행·병점·동탄의 ‘4개 일반구(區) 체제’로 전환하며, 기업 연구소와 반도체·자동차·바이오·관광산업을 아우르는 평균 연령 30대 후반의 미래 도시로 향하고 있다. 26일 시에 따르면 화성은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약 844㎢)을 갖고 있다. 바다를 낀 농어촌이 중심이 된 서부지역과 마천루가 불거진 동탄신도시를 품은 동부지역이 조화를 이룬다.
불과 20여년 전 경기도의 미개척지로 인식됐던 화성은 이제 대한민국 산업지도와 행정의 격을 바꾸고 있다. 시 승격 22년 만에 이뤄낸 초고속 성장은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자족 도시가 갖춰야 할 경제·문화·복지의 삼박자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배후도시가 아닌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恒星)’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화성의 진짜 매력은 풍부한 미래가치에 있다. 최근 10년간 60% 넘게 시민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평균 연령은 39.5세를 찍었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중 하나다. 실제로 화성의 청년(19~39세) 인구는 2023년 27만6000명에서 지난해 28만3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출산율과 순이동인구도 전국 수위권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이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관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기아 화성공장 등 수도권 최대 규모의 산업클러스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
◆‘V네트워크’로 완성된 산업 생태계
화성 경제의 힘은 지표에서 나온다. 전국 제조업체의 약 6%가 몰려 있는 화성시 GRDP는 2024년 기준 약 102조원으로 도내 1위를 차지했다. 재정자립도는 52.2%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사업체 수는 3년간 9000여곳이 불어나면서 7만곳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까지 민선 8기 누적 약 22조6000억원 기업 투자를 끌어내며 기아차, 대웅제약 등 대기업들이 신산업단지와 연구센터를 속속 설립했다. 이미 전기차 공장과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등 20건 넘는 신규 투자도 확정됐다.
화성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로 인식된 덕분이다.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강자인 네덜란드 ASML은 지난달 화성에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를 여는 등 ‘화성캠퍼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삼성전자의 나노 공정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화성은 전 세계 반도체 자산의 보고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빌리티 분야로 전환도 눈부시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들어선 현대·기아차그룹 최초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용 공장 ‘EVO 플랜트’는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의 발원지로 불린다. 연구개발(R&D)부터 실증, 생산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거대한 ‘V네트워크’인 셈이다.
이는 지역경제에 낙수효과로 번지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 지역화폐 발행,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경영 지원 확대,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확대와 판로 지원 등에서 혁혁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역 내 총생산 증대와 고용 안정,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경제 활력… 문화 품격… 복지 온기
화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1.09명으로 출생아 수는 8116명에 달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신생아 숫자는 0세부터 100세까지 생애를 아우르는 ‘화성형 포용 복지’에서 비롯됐다. 올해 저출생예산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445억원. 첫째 아이 100만원, 둘째·셋째 200만원, 넷째 이상 300만원의 출산지원금 외에 163곳의 국공립어린이집, 다자녀가구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75개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무상교통’은 연간 약 14만명의 아동·청소년과 어르신에게 혜택을 준다. 양육·주거·일자리 외에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AI 돌봄 로봇 ‘효돌’ 등 스마트 시니어 케어도 눈길을 끈다. 청년 내일(job) 응원금, 바로이웃 통합돌봄, 시니어플러스센터, 실버드림센터 운영 등도 이처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최근 먹거리 기본권 보장 ‘그냥드림’ 개소, 자살 예방 핫라인과 금융복지 연계, 권역별 의료체계 구축 등은 촘촘한 사회 안전망 확대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7월 전국 첫 ‘기본사회담당관’ 신설과 ‘화성형 기본사회’ 구축이 핵심이다.
이 같은 경제적 풍요와 복지는 문화적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성은 ‘보타닉가든 화성’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동탄신도시 일대 약 226만㎡ 부지에 3780억원을 들여 2042년까지 조성하는 대규모 식물 복합 문화 공간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거대한 녹색 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시는 화성예술의전당, 화성동탄중앙도서관, 시립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분관, 화성국제테마파크 등을 연계해 역사·문화·자연이 어우러진 체류형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정명근 화성시장 “일자리·여가 어우러지는 시민 행복도시로”
“화성시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인 동탄신도시를 비롯해 대규모 택지지구와 농촌, 바다를 품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입니다.”
정명근(사진) 경기 화성시장이 그리는 ‘미래 화성’은 신성장 동력을 지닌 첨단산업 도시이자 시민을 기반으로 하는 기본사회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동차를 아우르는 혁신도시로 가기 위해 지난달 4개 일반구 체제를 출범하며 균형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정 시장은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급격한 성장 속에서 우리 시는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특색과 차이가 생겼다”며 “이런 특성을 살려 천편일률적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원이던 일반구 설치는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시장은 “1·2차산업은 물론 3차산업인 자영업자 역시 전국에서 화성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며 “(구청 신설로) 그동안 겪던 불편을 해소하고 생활행정의 전초기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디에 살더라도 소외당하지 않고 시민 삶이 편리한 도시, 나아가 ‘나 화성시에 살아요’라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각 권역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발전 전략은 화성이라는 특례시 성장에 가속페달이 될 전망이다. 화성형 기본사회, AI를 주도하는 첨단도시, 문화와 환경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주거공간, 서해안관광벨트·국제테마파크의 관광산업개발 등 주요 정책들이 권역 특색에 맞춰 세밀히 추진되기 때문이다.
‘더 화성답게’ 도약하기 위한 전략도 곳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정 시장은 “화성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라며 “시정 철학인 직·주·락·효(職住樂孝)와 연결해 일자리·삶·여가·가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시민이 행복을 실감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과 기업,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회복도시를 목표로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품고 돈과 기회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튼튼한 지역경제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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