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10여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방화범이 최근 다시 회자하고 있다. 경남 함양 산불의 방화 용의자가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제보를 받았을 때의 참담함을 아직 잊지 못한다. 산림 234㏊가 잿더미로 변한 올해 첫 대형 산불 원인이 실화가 아닌 방화였다니. 그것도 봉대산 불다람쥐로 악명을 떨쳤던 김모(64)씨 소행이라는 점에서 함양 산불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17년간 울산 도심 산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96차례나 불을 질러 현상금 3억원까지 걸렸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10년의 복역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지 5년 만에 또다시 축구장 320여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법체계의 방화범 처벌과 사후 관리 시스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선 방화범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 산림보호법상 고의 산불은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검거된 산림 방화범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이 단 3.4%에 그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산불 뉴스를 보고 희열을 느꼈고, 불을 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참지 못했다”는 김씨의 진술은 10년의 물리적 격리조차 그의 병적인 ‘방화벽(癖)’을 치유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대형 산불 전에도 두 차례나 불을 질렀다는 점은 그가 연쇄 방화의 굴레에 여전히 갇혀 있었음을 시사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방화범의 출소 후 관리 공백이다. 방화는 중독성이 강해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방화범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성폭력, 살인, 강도 등 범죄에만 국한된 탓에 산속을 누비며 은밀하게 불을 지르는 방화범에 대한 실시간 감시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제라도 고위험군 방화범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과 특정 구역 출입 금지 등 실효성 있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과거 ‘불다람쥐’에게 내걸었던 ‘현상금 3억원’의 부끄러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불다람쥐가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타깃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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