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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철학과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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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미술은 관련성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방식일까? 현대철학의 한 분야인 언어철학의 창시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헤겔에서 정점에 이른 전통 철학의 개념적 혼란이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철학이 언어 의미의 명료화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언어가 어떻게 의미를 갖게 되는가?”라는 문제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의 후기 철학에서 언어가 일상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의미가 정해진다는 ‘사용의미론’을 내세웠다.

파블로 피카소 ‘황소 머리’(1942)
파블로 피카소 ‘황소 머리’(1942)

이런 식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아버지’라는 말의 의미는 평범한 가장을 뜻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목사님이 예배 중에 ‘아버지’라고 할 때는 하느님을 뜻한다. 말이나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고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이 현실적 삶을 향한 사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황소 머리’에 이 사상을 적용해 볼 수 있다. 피카소가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전거의 안장과 핸들을 떼어내고 안장 위에 핸들을 거꾸로 붙여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랬더니 자전거의 안장이 피카소 작품에서는 황소의 머리가 되었고, 자전거의 핸들은 피카소의 작품에서 황소의 뿔이 되었다. 자전거라는 맥락과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맥락에 따라서 안장과 핸들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이 작품은 대상을 기하학적 형태로 분석하고 해체한 후 화면에 재구성하는 입체파 그림의 방식을 공간 속에 입체적으로 펼쳐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소재로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색다른 미술의 시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피카소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이해한 후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가졌던 유사한 생각을 한 사람은 철학으로 다른 한 사람은 미술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계 문명시대에 기계처럼 부분품들이 서로 상관성을 갖고 맥락을 이루며 움직여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생각 말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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