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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파멸시킨 기득권 처단”... 50대 전직 부기장의 ‘살생부’와 3년의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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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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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부기장, 동료 4명 살생부 작성 및 3년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피의자 김모 씨가 17일 오후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피의자 김모 씨가 17일 오후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전직 항공사 부기장이 동료 기장들을 겨냥해 3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살생부’ 습격 사건이 벌어지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 치밀했던 3년, 스토킹 방불케 한 범행 준비

 

18일 경찰 조사 결과, 김모씨 의 범행은 우발적인 분노 조절 장애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체포 직후 “전 직장 동료 기장 4명에 대한 살인을 3년 전부터 계획했다”고 덤덤하게 진술했다. 김 씨는 수개월 전부터 피해자들의 뒤를 쫓으며 주거지를 파악했고, 이들이 언제 출근하고 언제 운동하러 나오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했다. 심지어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골라 범행 장소로 정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김 씨의 광기는 지난 16일 고양시에서 시작됐다. 전 동료 A 기장을 습격해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이튿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B 기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가 채 마르기도 전 그는 곧장 창원에 있는 또 다른 전 동료 C 기장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추가 범행은 미수에 그쳤지만, 김 씨가 작성한 ‘살생부’에 오른 인물들은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현직 항공사 기장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뉴스1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현직 항공사 기장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뉴스1

 

◆ “공사 기득권이 나를 파멸시켰다”... 빗나간 복수심

 

범행 동기에 대해 김 씨는 “공군사관학교의 부당한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이 파멸했기 때문에 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 씨 본인도 공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조종사가 아닌 비조종 병과로 임관했다가 전역 후 개인적으로 자격증을 딴 이른바 ‘비조종사 출신’ 조종사였다. 

 

김 씨는 재직 당시 조종사 능력 평가에서 최종 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자격 검증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건강이 악화해 병가를 냈고 결국 퇴직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일부 동료들은 김 씨가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사와 동료에게 돌리며 공황장애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 전문가 “전형적인 피해망상과 책임 전가”

 

김 씨의 압송 장면을 분석한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김 씨가 자신의 범죄 행위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조직 내에 상대적인 소외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동료를 찾아가 살해할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자기 실력이나 소양에 대해 내 책임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잘하는데 상대방이 불이익을 준다고 규정해버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등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검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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