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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자본시장 구조개혁 강조…5900 돌파한 코스피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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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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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8일 밝힌 자본시장 정상화 방안은 단기적인 주가지수 부양에서 벗어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데 방점이 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특정 산업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질적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불공정거래 엄단과 중복 상장 금지로 시장 질서와 주주 권리를 회복하고, 코스닥 시장 개편과 결제 주기 단축 등을 통해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인 혁신 자금 공급과 투자 접근성을 대폭 끌어올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스피는 이날 중동발 악재와 국제유가 불안 속에서도 ‘육천피’(코스피 6000) 고지 탈환을 목전에 뒀다. 반도체 업종 투자 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개혁 의지를 강조하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코스피엔 강한 매수세에 프로그램 매수호가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복상장 금지·코스닥 1·2부 분리…단기부양 넘어 체질 개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시장질서 확립, 주주가치 제고, 자본시장 혁신, 투자 접근성 확대라는 네 가지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시장질서 확립의 첫 단추는 불공정거래 근절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주가조작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시켜 대형 시세조종 사건(1호)과 증권사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2호) 등을 적발해 제재절차에 착수했다. 당국은 올해 대응단 인력을 증원하고 특별사법경찰의 인지수사권과 통신조회권 등 수사권한을 강화해 불공정거래 감시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기간 실적이 부진한 부실기업이나 소위 ‘동전주’를 증시에서 신속히 퇴출시켜 시장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제거하는 수단이다. 정부는 모회사가 핵심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하는 ‘중복 상장’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분명히 알토란 같은 주식을 샀는데 어느 날 알맹이는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지배구조의 병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금융당국은 상장 규정을 개정해 중복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업종별 하위 기업에 대한 명단 공개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유도,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등을 통해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기업의 청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비정상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론 동일 업종 내 PBR 하위 20%에 2개 반기 연속 해당하는 기업은 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고 종목명에 ‘저PBR’ 태그를 붙여 자발적 개선을 압박한다.

 

정부는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가 혼재돼 투자 판단 기준이 모호했던 코스닥 시장을 1부와 2부로 분리하는 구조 개편에 나선다. 성숙한 혁신기업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과 성장 중인 스케일업 기업 중심의 리그로 나누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고 유망 산업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넥스와 코스닥, 코스피 시장이 차별성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해 혁신기업이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메가 성장 투자와 초대형 증권사의 모험자본 신규 공급을 통해 혁신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결제 시스템도 개편한다. 주식을 매도한 뒤 이틀 뒤 대금을 지급받는 현행 결제주기(T+2)를 주요국 흐름에 맞춰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을 이틀 뒤에 주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기준에 맞춰 결제주기를 하루(T+1)로 단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거래와 동시에 실시간 대금 지급과 청산이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체질 개선 방향에 공감하며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토론에 나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주식시장의 단기적 리스크에 강박이 없어야 증시가 안정화될 수 있다”며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 등 획기적인 이정표가 마련된 만큼, 새 제도들이 시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내달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등해 5,900선을 재돌파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5% 넘게 급등해 5,900선을 재돌파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육천피’ 재탈환 나선 코스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거래를 마쳤다. 126.62포인트(2.24%) 오른 5767.10으로 출발한 지수는 상승 폭을 키우며 5800, 5900선을 차례로 넘었다. 매수세가 과열되자 코스피엔 오후 2시34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난 10일 이후 6거래일 만이며 올해 들어 4번째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7.44포인트(2.41%) 상승한 1164.3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800억원, 3조109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 순매수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은 3조8712억원을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종목별로는 ‘반도체 투톱’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53%, 8.87% 오르며 ‘20만전자’, ‘100만닉스’ 고지를 재점령했다. 특히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날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마감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34조244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4892조8357억원)의 25.22%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752조6137억원)의 비중도 15.38%까지 올랐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은 1986조8582억원으로 전체의 40.61%에 달했다. 미국 시가총액 조사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13위로 한 계단 올랐다. 

 

중동사태 이후 널뛰던 코스피는 간밤 뉴욕증시 강세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오름세, 미국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관망 심리에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실적 발표 기대감으로 4.5% 급등하자 국내 반도체주들이 수혜를 입었다. 아울러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불확실성, FOMC 관망에도 마이크론 신고가 경신 효과 등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날 자본시장 간담회도 증시에 추가적인 정책 모멘텀을 부여할 수 있는 요인으로, 특히 코스닥의 단기 상승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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