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여덟 번째 설날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설날은 큰 의미가 없는 날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튀르키예에는 한국의 설날과 정확히 일치하는 명절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튀르키예에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은 있다. 바로 라마단 명절과 쿠르반 명절이다. 라마단 명절은 한 달 동안 단식을 하고 난 다음 열리는 축제이다. 쿠르반 명절은 양이나 소를 잡아 그 고기를 이웃이나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는 의미를 지닌 명절이다.
지금 튀르키예는 라마단 중이고 이 기간이 끝나면 라마단 명절을 맞는다. 이 명절을 맞으면 보통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우리는 명절 전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으로 간다. 삼촌 가족들도 모두 그 집으로 모인다. 사촌들과 그 자녀들까지 합하면 스무 명은 훨씬 넘는다. 우리는 그 시골집에서 이틀이나 사흘 정도 같이 지낸다. 명절 전날에는 집 안을 대청소하고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 명절에서 나를 늘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집 안 청소, 음식 준비, 홍차 서빙까지 거의 모든 일을 여자들이 한다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와 큰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온종일 청소와 음식 준비로 바빴다. 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내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머니는 말 대신 눈빛으로 ‘얼른 일어나서 도와줘’라고 말씀하셨다. 누군가 홍차를 다 마셔 찻잔이 비어 있을 때 내가 계속 앉아 있으면 어머니는 눈빛으로 ‘얼른 일어나 홍차를 따라야지’라고 하셨다. 당시 나는 ‘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왜 내가 찻잔을 채워야 하지?’, ‘사촌 오빠도 나보다 한두 살밖에 많지 않은데 왜 나만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아버지, 왜 음식 준비나 홍차 서빙을 여자만 해야 해요?”라고 여쭈어보았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옛날에는 남자들이 밖에서 힘든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에 있었으니까 여자들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아”라고 대답하셨다. 그래서 나는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도 일하고 저도 열심히 일하고 있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건 맞지. 하지만 문화라는 건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니야. 네 생각도 이해하지만, 명절은 1년에 한두 번이니까 가족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물론 할아버지나 삼촌들에게 차를 따라 드릴 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사촌 오빠들까지 내가 챙겨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도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여자들이 주로 일하고 남자들은 대접받는다고 들었다. 여자들이 쭈그려 앉아 전을 부치고 있을 때 남자들은 텔레비전 리모컨만 돌린다는 말도 들었다. 다행스럽게 한국은 이런 문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친구의 초대로 추석 한 번, 설날 한 번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많은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시장에서 사거나 주문해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내가 손님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한국의 명절은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변한다. 한국과 튀르키예, 두 나라의 명절을 경험하며 나는 그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는 명절이 모두에게 같이 쉬고 같이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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