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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탈퇴 위한 명분 쌓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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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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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4월 출범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국제기구의 외양을 갖추고 있으나 실은 철저하게 특정 1개국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다. 그 ‘특정 국가’란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이다. 현행 나토 설립 조약에 따르면 새로 나토 회원국이 된 국가들은 가입 관련 서류를 반드시 미국 행정부에 기탁해야 한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가 아니다. 나토를 탈퇴하려는 회원국 역시 그 의사를 나토 본부가 아닌 미 행정부에 직접 표명해야 한다. 이쯤 되면 나토의 진짜 본부는 브뤼셀이 아니고 미 수도 워싱턴에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나토를 탈퇴한다면 결국 나토 자체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청사 전경. NATO와 병기된 OTAN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프랑스어 표기(Organisation du Traite de l’Atlantique Nord)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청사 전경. NATO와 병기된 OTAN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프랑스어 표기(Organisation du Traite de l’Atlantique Nord)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토는 설립 조약 5조에 ‘회원국 중 어느 한 나라만 공격을 당해도 가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른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 조항으로 집단 안보의 핵심 원칙이다. 이 조항은 나토 77년 역사상 딱 한 차례 발동된 적이 있다. 2001년 알카에다에 의한 9·11 참사 직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카에다의 은신처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다. 미국 뉴욕에서 자행된 테러를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한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 동맹국들이 저마다 아프간에 파병해 미군과 어깨를 겯고 싸웠다. 미군만큼은 아니겠으나 동맹국들 군대도 상당한 인명피해를 감수했다.

 

미국인이라면 이 같은 나토 회원국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아프간 전쟁 당시) 나토 동맹군은 최전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둔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안전한 후방에서 시간만 때우지 않았느냐’는 비아냥인 셈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솔직히 미국은 나토를 필요로 한 적이 없다”고 내뱉었다. 나토를 미국의 ‘자산’이 아닌 ‘부채’로 여기는 트럼프의 솔직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아프간에서 참전용사 457명이 전사한 영국 정부가 발끈한 뒤 입장을 번복하긴 했으나 ‘나토는 미국이 짊어진 무거운 짐일 뿐’이란 트럼프의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게티이미지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세계 경제에서 무척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상선들 보호를 위한 해군 함정 파병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는 17일 “나토가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나는 나토에 아주 실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그것(나토 탈퇴)은 분명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미국은 나토의 파병 거절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나토가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에 관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숱하게 거론됐다. 트럼프가 마침내 나토 탈퇴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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