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피·망고 수박, 소비자·농가 동시 공략 성공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서 40여년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나이주(70)씨는 요즘 ‘작은 수박’에 푹 빠졌다. 5년 전 미니수박을 처음 접한 그는 3㏊ 수박밭 가운데 1㏊를 비닐하우스로 바꾸고 재배에 나섰다. 지금은 유통회사와 계약 납품을 통해 연간 1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린다. 두 배 넓은 노지 일반 수박과 맞먹는 수준이다.
귀농 6년 차인 강대성(67)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처음 0.6㏊에 불과했던 미니수박 재배면적은 현재 2.8㏊로 크게 늘었다. ‘까망애플(세자 수박)’은 개당 5500원에 대형마트에 납품하며 연간 2억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린다. 시행착오 끝에 재배 기술을 터득한 그는 지금 고창미니수박연합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 “작지만 강하다”…소비 흐름 바꾼 미니수박
고창에서 미니수박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크기가 일반 수박보다 훨씬 작지만,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에 꼭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니수박은 지름 15~20㎝, 무게 800g~3.2㎏으로 일반 수박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 번에 먹기 좋고, 껍질이 얇아 손질도 간편하다. 음식물 쓰레기도 적어 1인 가구나 핵가족에 안성맞춤이다.
당도 역시 10~13브릭스(Brix)로 높다. 씨가 거의 없는 ‘흑피수박’, 색이 독특한 ‘망고 수박’ 등 다양한 품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최근 1인 가구 비율이 36%를 넘어서면서 ‘작고 편한 과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미니수박 인기 배경이다. 유통업계에서도 고가에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으로 주목하고 있다.
◆ “심으면 돈 된다”…농가 재배도 급증
이 같은 소비 변화는 곧바로 농가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고창군의 미니수박 재배는 2017년 시작된 이후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재배면적은 약 90㏊로 전국의 약 15%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다. 참여 농가도 100여명에 이른다. 전체 수박 재배면적(825㏊)에 비하면 10% 남짓이지만, 수익성은 훨씬 높다.
고창 미니수박은 단위 면적당 수익이 일반 수박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주에 1과만 생산되는 일반 수박과 달리 3~5개까지 수확할 수 있고, 출하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또 수정 후 한 달이면 수확이 가능해 회전율도 높다. 농가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작목인 셈이다.
◆고창 ‘수박 명가’ 넘어 ‘미니수박 중심지’로
고창군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미니수박을 차세대 전략 작목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지역 농가에서 올해 첫 정식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니수박은 블랙망고, 블랙보스, 애플수박 등 다양한 품종으로, 향후 대형마트와 도매시장 등을 통해 전국에 유통될 예정이다. 본격 출하는 6월부터다. 한때 ‘큰 수박’의 고장이었던 고창. 이제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수박”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성동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미니수박은 고창수박의 명성을 이어갈 차세대 전략 작목”이라며 “소비 트렌드에 맞춘 브랜드화로 농가 소득과 지역 경쟁력을 함께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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