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베네수엘라라는 국가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석유 매장량 1위지만 ‘자원의 저주’에 시달리는 빈국? 세계 최악의 치안? 무상 복지 등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망가진 경제? 적어도 2026년 봄에는 이런 이미지일 것 같다. ‘야구 종주국’ 미국을 꺾은, 현 시점 야구 ‘1황’.
베네수엘라가 2026 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을 꺾고 첫 정상에 올랐다. 결승 상대가 올해 1월 자국을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기습 체포한 미국이었기에 결승에서의 승리가 더욱 드라마틱했다. 미국의 불법적인 내정 간섭을 야구라는 ‘합법적 전쟁’으로 이겨낸 모양새다.
베네수엘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에서 미국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번 WBC 전까지 2009년의 4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베네수엘라는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딛고 첫 결승 진출에 이어 내친김에 첫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필두로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을 총출동시켰지만, 마운드 에이스인 타릭 스쿠벌의 조기 대회 마감 등으로 대회 끝까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는 데 실패한 미국은 일본에 패했던 2023 WBC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치며 야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기고 말았다.
이날 베네수엘라는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미국은 놀란 매클레인(뉴욕 메츠)을 선발로 내세웠고, 2회까지 두 투수는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0의 균형이 깨진 건 3회. 베네수엘라의 정신적 지주인 ‘안방마님’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안타와 로날드 아큐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볼넷, 맥클린의 폭투로 만든 1사 2,3루 기회에서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따냈다.
베네수엘라는 5회에 추가점을 내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선두타자로 나선 윌리어 어브레유(보스턴 레드삭스)가 맥클린의 0B-1S에서 2구째 96.4마일짜리 가운데 몰린 포심을 걷어올려 론디포 파크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반면 미국 타선은 로드리게스(4.1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에게 틀어막힌 뒤에도 베네수엘라의 벌떼 불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7회까지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이대로 영봉패의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 지금은 저지에게 미국 간판타자 자리를 내준 ‘왕년의 슈퍼스타’ 하퍼가 구세주로 나섰다. 8회 2사 후 바비 위트 주니어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타석에 들어선 하퍼는 베네수엘라의 필승조 안드레스 마차도(오릭스 버펄로스)의 2구째 93마일짜리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아당겼다. 발사각 29도로 109.4마일의 속도로 432피트를 날아간 이 타구는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않는 극적인 동점 투런포가 됐다.
벼락같은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 베네수엘라는 이대로 좌절하지 않았다. 9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볼넷으로 골라나갔다. 대주자로 들어온 하비에르 사노하가 2루 도루를 감행했고,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판정됐다.
타석엔 지난 시즌 MLB에서 49홈런을 때려낸 거포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신시내티 레즈). 한 점이 귀한 상황에서 번트를 댈 법 했지만, 베네수엘라의 오마르 로페즈 감독은 수아레즈의 장타력을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로페즈 감독의 기대대로 수아레즈는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베네수엘라의 3-2 리드. 무사 2루로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베네수엘라는 추가점을 뽑는 데 실패했다.
대망의 9회말. 베네수엘라 로페즈 감독은 마무리 다니엘 팔렌시아(시카고 컵스)를 올렸다. 선두타자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삼진으로 처리한 팔렌시아는 대타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를 3루 팝플라이로 처리하며 단숨에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미국의 마지막 타자는 로만 앤서니.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4강전에서 결승 솔로포를 때려낸 미국의 ‘신성’이지만, 팔렌시아의 강속구를 이겨내진 못하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베네수엘라가 2026 WBC를 제패한 순간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로 뛰어나와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소해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7/128/20260317520212.jpg
)
![[데스크의 눈] 형법 123조의2, 법왜곡죄 대책 마련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7/128/20260317520231.jpg
)
![[오늘의시선] 극일의 표상, 안중근 의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7/128/20260317520263.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자전거 타는 남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3/128/20260303519626.jpg
)






![[포토] 슬기 '우아하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8/300/20260318511213.jpg
)
![[포토] 추소정 '매력적인 미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6/300/2026031651980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