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제품 홍보 참여 의사들에 ‘비윤리적 행태’ 지적하며 윤리위 회부 검토
직장인 A씨는 최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은 알부민도 먹는 제품으로 잘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TV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는 ‘기력 회복’, ‘면역력 강화’를 내세운 알부민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넘쳐났다. 특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와 제품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에 A씨는 홀린 듯 결제 버튼을 눌렀다.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급증하는 ‘먹는 알부민’ 광고 열풍에 대해 “의학적 효능·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능 영양제처럼 인식되는 먹는 알부민에 대해 의사 단체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알부민은 원래 간에서 생성되는 혈장 단백질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혈액 내 삼투압을 조절해 체액 균형을 맞추고, 영양분과 호르몬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 일종의 ‘배달 트럭’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간경변이나 신장 질환 환자에게 알부민 수치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협은 “먹는 알부민 제품은 섭취 후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혈중 알부민 수치가 직접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비싼 값을 주고 알부민을 먹더라도 체내에서는 일반적인 단백질 식품을 섭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미노산 단위로 쪼개진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이어 “먹는 알부민이 피로 개선이나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를 낸다고 임상적으로 입증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논란에서 의협이 심각하게 지적하는 지점은 일부 의료인의 광고 출연 행태다. 의협은 일부 의사가 광고 모델로 등장해 제품의 효능을 강조하는 사례에 대해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이용한 기만이며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협은 “일부 광고가 알부민의 생리적 기능을 설명하면서 해당 제품을 섭취하면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소비자 인식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의사의 사회적 신뢰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식약처에 엄정한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광고에 나선 의사들에 대해서는 윤리위원회 회부 등 내부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알부민 제품들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군에 속해 있다. 의협의 이번 발표는 소비자들이 광고에 노출된 정보만을 믿고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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