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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2만원 시대”…마트서 고기 내려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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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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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사료비 상승 직격탄…삼겹살 가격 급등 압박 현실화
서울 일부 상권 1인분 2만원대 등장에 외식 부담 급확대
장바구니서 고기 빠지며 식탁 풍경까지 달라지는 흐름

17일 저녁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 정육 코너. 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표를 확인하던 주부 이모(38) 씨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장바구니에 담았던 고기 한 팩을 내려놓고 ‘1+1’ 할인 스티커가 붙은 냉동 만두로 시선을 옮겼다.

 

외식과 장바구니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축산물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외식과 장바구니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축산물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정육 코너 앞에서는 가격표를 휴대전화 계산기와 번갈아 바라보는 손님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고기 무게를 재보듯 비닐 포장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려놓는 동작이 몇 번씩 반복됐다. 가파르게 오르는 생활물가 속에서 육류 가격 부담이 체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최근 돼지고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약 7%대 상승 흐름을 보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서울 주요 외식 상권에서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2만원대에 형성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외식비와 장바구니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저녁 시간대 식당가에서는 예전처럼 추가 주문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보는 손님들이 늘었다는 말도 나온다.

 

삼겹살 가격의 악순환 도표.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삼겹살 가격의 악순환 도표.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환율·사료비 상승 겹친 구조적 압박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배합사료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업 구조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곧바로 생산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산지 가격 변동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비 부담이 커질 경우 농가의 사육 규모 조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몇 달 뒤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현장의 체감 물가는 통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5) 씨는 “손님들이 추가 주문을 망설이며 메뉴판을 오래 들여다보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42) 씨 역시 “주말마다 하던 제육볶음 대신 두부나 달걀 요리로 식단을 조정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고기 소비 줄면 식단 질 저하 가능성

 

전문가들은 축산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식단 구성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가격 상승기에는 가계지출 구조상 육류·수산물 소비가 먼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중심 식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단백질 식품 섭취 빈도 차이가 나타나는 흐름이 소비지출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 격차 확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과 사료비 상승 영향으로 가정 식탁의 단백질 선택 폭이 좁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환율과 사료비 상승 영향으로 가정 식탁의 단백질 선택 폭이 좁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치솟는 물가 속에서 저녁 메뉴 선택 자체가 부담이 되는 현실이다. 계산대를 지나며 이 씨는 영수증 길이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장바구니 무게보다 마음속 부담이 더 커진 듯한 표정이었다. 

 

할인 스티커가 붙은 냉동 수입육 한 팩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네 식구가 몇 번 젓가락질하면 금세 비워질 양이다. 가격표 앞에서 달라지는 저녁 메뉴 선택이 지금의 물가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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