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체제 핵심… 후계 지도자 꼽혀
바시즈 민병대 지휘관도 폭살 발표
이란 당국은 사망 여부 확인 안 해
“모즈타바, 중재국 2곳 휴전안 거절”
보복 명분 걸프국 공격 강화 가능성
美 해병대원 태운 상륙함 이동 포착
CNN “싱가포르 거쳐 중동행” 보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안보 수장이자 신정체제의 핵심인물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표적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이란이 인근 걸프지역 공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친이란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근거지에서 처음으로 지상전을 펼치며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젯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말했다. 앞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날 오전 전황 평가 회의에서 “지난밤 작전을 통해 이번 전쟁의 성과와 이스라엘군의 임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제거 실적이 기록됐다”고 발표했는데 해당 인물이 라리자니 사무총장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군은 또 전날 공습으로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인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제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당국은 아직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전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후 안보와 대외 협상을 총괄하며 정권을 지탱해 온 신정체제의 핵심인물이다. 하메네이 사후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기도 했다.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그를 지탱하는 강경파는 라리자니 사망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걸프지역 국가 공격 등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출신 초강경 인사 모흐센 레자이를 군사고문에 임명하며 강경 정책 지속을 사실상 선언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모즈타바가 중재국 2곳에서 전달받은 휴전안을 이미 거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취임 후 첫 외교 정책 회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의지가 “매우 강경하고 단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란은 인근 걸프지역에 전방위적인 드론 및 미사일 공습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이 드론과 로켓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7만배럴의 원유 생산 능력을 갖춘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주요 에너지 생산기지인 ‘샤’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UAE의 푸자이라 항구도 16일부터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와 불길에 휩싸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용량을 기록하는 UAE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16일 연료탱크가 드론 공격을 받아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자국 동부 유전지대를 겨냥한 이란 드론 35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최근 미·이스라엘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인접국 에너지 시설을 “정당한 타격 목표”로 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란 외에도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에 나섰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남부 레바논의 주요 헤즈볼라 거점을 상대로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수천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이스라엘군 3개 사단이 현재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이며, 며칠 내로 2개 사단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란과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레바논 작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츠 국방장관은 지난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기의 로켓·드론 공격을 가했다면서, 헤즈볼라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레바논 주민들은 해당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 공식 등록된 자국 내 피란민 수는 104만9328명에 이른다.
이번 레바논 지상전 개시로 이스라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시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지난 2년반 동안 이어진 각종 전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예비군 위주의 이스라엘군이 장기간 전투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CNN 방송은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가 모항인 미 해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이 싱가포르 근처 해역을 지나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계획에 정통한 당국자 3명에 따르면 트리폴리호는 미 국방부의 배치 명령에 따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제31해병원정대(MEU) 대원들을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13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트리폴리함과 제31해병원정대 소속 약 2500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해 미군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의 군사 시설을 장악하기 위해 지상 병력을 증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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