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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쟁 추경’ 신속편성… 車 5부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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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진·반진욱·김승환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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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장기화 대비 대책 주문
“취약계층·수출기업 등 지원 시급”

李 “중동 상황 최악 시나리오까지 염두… 수출 통제도 검토”
유류세 인하보다 소비 감축 강조
추경 통해 소득 지원 양극화 완화

에너지 안정 위해 공공요금 동결
나프타, 경제안보품목 지정 관리
車 부제 시행 땐 걸프전 이후 처음

정부 2246만 배럴 비축유 방출
정유사 비축 의무 완화 검토도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중동 상황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취약계층,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며 “취약계층, 수출기업 지원 등을 위해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편성해달라”고 주문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국민들도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 노력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서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각도의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해달라”고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께서 ‘예산 심의도 사상 최고의 속도로 심의하겠다’ 말씀해주셨다”며 “국회도 최대한 빨리 심사하고, 또 전쟁 추경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중동 상황 여파에 출렁이는 석유 가격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안 편성을 ‘전쟁 추경’이라고 지칭하며 신속한 편성·집행을 재차 당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중동 지역 상황과 관련해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양상이라면 잠시 진정됐던 석유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전반에 가해질 충격도 커지게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무위원들에게 “이제는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되겠다”며 단기간 내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가 원유를 확보했던 것처럼 우리의 외교 역량과 자산을 총동원해서 안정적인 추가 대책, 공급선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되겠다”고 촉구했다.

 

◆李 “필요시 수출 통제도 검토”

 

청와대는 중동 리스크 ‘총력 대응’을 국정 전면에 내세우고 신속한 정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태 악화 속 ‘석유 최고가격제’ 등 선제적 경제·민생 대책이 국정 지지율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과 참모진을 향해 ‘정책 속도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석유 제품) 수출 통제도 검토하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늘린다든지 이런 비상대책도 강구해야 되겠다”며 “중기적 대책으로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최대한 신속하게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야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사태 장기화 관련 언급에 대해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기화가 예상된다라고 한다기보다 혹여나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대비 차원”이라고 했다.

 

충북 오송의 한 자영 알뜰주유소에서 직원이 휘발유, 경우 등 판매 제품의 가격을 낮춰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오송의 한 자영 알뜰주유소에서 직원이 휘발유, 경우 등 판매 제품의 가격을 낮춰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여부와 관련해선 “유류세를 대폭 깎아줘서 가격 인상을 줄이면, 그만큼 세금은 줄어들고 소비는 덜 줄어들고 (그렇지 않나)”라며 “지금 국가의 전체 석유류 소비를 줄여야 될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보다는 추경 편성을 통해서 (유류세로) 걷어질 세금을 (갖고) 소득 지원을 해주는 게 (어떻겠느냐). 차등을 둬서 양극화 완화에 쓰는 게 맞겠죠”라고 했다.

 

국민들을 향해선 “유류세를 걷어서 딴 데 안 쓰겠다”며 “이번 피해 상황에 국민들이 더 고통받지 않도록, 유류세 걷어지는 만큼, 어쨌든 (유류세를) 깎아줄 것으로 예상된 만큼은 재정 지원으로, 재정 지출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등 세금 감면 방식보다는 국민들에게 동일 금액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으며 신속한 추경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안정 등을 위해 상반기 중 공공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 나프타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재고와 공급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우선 공공기관부터 차량 5부제를 시행한 뒤 상황에 따라 민간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시행 여부와 시기, 범위, 시행방법에 대해 아직 내부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걸프전 여파가 이어졌던 1991년 약 두 달간 10부제를 실시한 이후 강제적인 전국 단위 차량 부제가 실시된 적은 현재까지 없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반기 공공요금은 가급적 동결하도록 하겠다”면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확대를 통해 민생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 나프타는 이번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로 호르무즈해협 의존도가 전체 수입액의 54%에 달한다. 수출제한 등을 통한 수급 안정 대책도 함께 추진된다. 중동 사태로 수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물류바우처도 지급된다. 기존 지원 항목(해외 운송비) 외에 전쟁위험할증료, 물류반송비용, 현지발생 지체료, 우회 운송비 등이 새롭게 긴급물류바우처에 포함됐다. 구 부총리는 “(추경에는) 물류비나 유류비 경감, 민생안정, 피해 수출기업 지원 등을 담도록 하겠다”면서 “지원은 하되 직접 차등 지원으로 어려운 분들을 촘촘하게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추경 속도전’ 속 사업 선별 진행

 

기획예산처는 지난 주말 각 부처로부터 이번 추경에 포함될 사업계획안을 제출받고 현재 추경에 담을 사업을 선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에는 취약계층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대책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부는 이번주 중 원유·가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현재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올리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된다. 위기경보가 주의 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정유사 비축 의무 완화를 포함한 공급시장 안정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246만배럴의 비축유를 3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방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을 시작하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생산량도 일부 회복할 수 있다. 2246만배럴은 국내에서 10일 정도 소비가 가능한 규모지만,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기존 재고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등을 포함해 70∼80일 수준의 재고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사들이 생산량을 확대하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량도 증가할 수 있다. 정유사 비축 의무 완화 카드도 검토 대상이다. 규정상 정유사들이 연간 일평균 내수 판매량의 40일분을 비축해야 하는 의무를 완화할 경우 정유사 비축 물량이 시장에 풀려 기름값 인하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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