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대한항공의 주장 정지석은 부산에 있었다. 15일 열리는 OK저축은행과의 원정 경기를 위해 부산에 내려와 있던 정지석은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경기를 지켜봤다.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꺾어준다면, 대한항공은 앉아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1세트는 현대캐피탈의 승리. 열심히 배구를 보던 정지석에게 주변에선 13연패 중인 삼성화재에게 바랄 걸 바라라며 핀잔을 줬지만, 정지석은 “오늘 삼성화재는 모른다”라고 답했고, 결국 삼성화재는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며 13연패를 탈출함과 동시에 대한항공의 2시즌 만의 정규리그 1위 탈환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정지석 개인에게도 2025~2026시즌은 특별한 시즌이다. 2015~2016시즌부터 열 시즌 연속 주장 자리를 맡았던 한선수에게 ‘캡틴’ 완장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게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우승컵을 내주며 통합우승 5연패를 내줬던 대한항공은 정지석에게 주장을 맡기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주장과 함께 하는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10연승을 달리며 독주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정지석이 지난 12월25일 열렸던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의 큰 부상을 당했다. 진단 결과 8주 결장. 정지석이 빠지고, 그의 대체자 1순위였던 임재영마저 곧바로 시즌아웃급 부상을 당하자 대한항공은 4연패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3일 밤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지석은 “전반기 초반만 해도 제가 주장으로 바뀌어서가 아니라 선수단 전체 분위기나 경기력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주장이란 부담이 없었는데, 제가 부상을 당해 빠지고 팀이 지니까 마음이 조급했다. 승점 1이 아쉬워 후배들에게 ‘제발 이겨줘’라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팀은 주장 교체라는 큰 결단을 내렸는데, 내가 빠져서 나 때문에 팀이 흔들린다 등의 얘기를 들을까봐 서둘러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8주 진단을 받았지만, 4주도 채 지나지 않아 정지석은 복귀했다. 지난 1월20일 한국전력전 스타팅에 포함되며 코트 위에 섰다. 정지석은 “감독님이나 의료진은 물론 구단주님, 단장님 등 모두가 다 낫고 돌아오라고 말렸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뛰겠다고 했고, 일찍 돌아왔다”라고 설명했다. 무리해서 돌아왔기에 몸 상태가 완전하진 않았다. 복귀전 성적은 서브 득점 1개 포함 9점. 공격 성공률은 36.36%에 불과했다. 범실도 6개로 다소 많았다. 득실마진만 따지면 +3. 다만 리시브 효율은 52.94%(9/17)로 50%를 넘기며 공수겸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정지석의 복귀전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마지막 경기였다. 당시 패배로 대한항공은 전반기를 2위로 마쳐야했다. 정지석은 “제가 아득바득 우겨서 돌아왔는데, 별 도움도 되지 못하고 팀은 졌고, 2위로 전반기를 마치니 그 데미지가 오래 가더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더 이를 갈면서 준비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경기력이 잘 풀린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리그 최고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인 정지석이 부상 여파를 떨쳐내고 제 경기력이 올라오자 대한항공은 다시 한 번 현대캐피탈과 선두 경쟁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막판 엎치락뒷치락 하는 순위 경쟁 끝에 다시 한 번 챔프전 직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정지석은 “초반엔 좋았다가 중반부터 좀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다시 궤도에 올라와서 정규리그 1위르 차지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이제 끝이 아닌 더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 무대가 얼마나 압박감이 크고 심한 걸 잘 안다. (한)선수 형이나 여러 베테랑 형들이 훈련 때부터 분위기를 주도해주실테니 저도 형들과 함께 분위기 잘 만들어서 다시 한 번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통합우승, 그리고 허수봉의 정규리그 MVP 등극은 오랜 기간 토종 NO.1 지위를 지키고 있던 정지석을 밀어내고 허수봉으 그 자리를 차지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긴 했지만, 이제 정지석은 도전자의 마음으로 허수봉과의 챔프전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를 뚫고 챔프전에 올라왔을 때 얘기다.
정지석은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현재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3명을 꼽으라면 저, 수봉이, (전)광인이형이잖아요. 광인이형의 OK저축은행은 봄 배구 탈락했으니 제가 수봉이랑 다시 한 번 겨룰 수 있는 무대가 생길지 저도 기대가 돼요”라면서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서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비슷비슷하다보니 결국 토종 1옵션의 역할을 중요하잖아요. 지난 시즌부터 올시즌까지 수봉이가 정말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냉정히 지금은 수봉이가 위에 있고 제가 도전하는 게 맞아요. 뺏긴 제 자리 다시 찾아와야죠”라며 웃었다.
대한항공의 현재 시스템의 핵심은 정지석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는 정지석-정한용, 혹은 정지석-이든으로 구성된다. 정지석과 비슷하게 공수 밸런스가 잘 잡힌 정한용이 주전, 리시브는 다소 떨어지지만 공격 폭발력이 좋은 이든이 서브 옵션이다. 정지석은 “감독님도 한용이가 코트 위에 서면 제가 더 공격적으로 하고, 이든이 들어오면 이든을 살리기 위해 리시브나 수비를 더 신경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구와 파트너를 하든, 팀이 이길 수 있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부상으로 빠져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정규리그 MVP는 대한항공의 공격 작업을 이끈 전 주장 한선수에게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정지석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선수 형이 정규리그 MVP를 타신다면, 저는 챔피언결정전 MVP를 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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