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태원청문회 ‘네 탓’ 얼룩… 믿었던 국가는 없었다 [현장메모]

관련이슈 현장메모

입력 : 수정 :
유경민 사회부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난생 처음 경찰에 신고해 본 적 있다.

어느 날 새벽, 밖에서 찢어지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고민하다 신고하니 근처 파출소 경찰이 체감상 5분도 되지 않아 출동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경찰이 곧바로 출동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대다수 시민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2022년 10월29일 밤 깨졌다.

 

유경민 사회부 기자
유경민 사회부 기자

그 밤 “압사당할 것 같다”, “압사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이어졌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출동 보고 기록에는 ‘강력 해산 조치’, ‘현장 조치’라는 거짓이 적혔다.

12일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이태원 파출소 관계자는 11건의 신고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 한 차례도 출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파출소에 요구한 신고가 아니라고 이해했다”고 했다. 파출소 차원에서 10만명 이상의 인파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파출소가 아닌 기동대가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상황에서 신고하면 누구라도 나와주기 바라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이라는 지적엔 “경찰의 복잡한 업무체계를 봤을 땐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참사 책임을 파출소에만 물을 수 없다. 하지만 그날 밤 경찰이 출동해 줄 것이라고 믿고 신고한 시민들의 믿음은 배반당했다.

13일 청문회에서도 국가에 대한 믿음을 깨는 증언이 이어졌다.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안전부서 주요 책임자였던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은 참사를 인지하고도 현장에 가지 않고 귀가한 이유에 대해 “휴식시간이었다”고 했다.

시민이 믿던 ‘국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인파 관리를 위한 인력이 사전에 배치됐다면, 책임자가 현장을 확인했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덧 참사 4주기를 앞둔 지금, 그날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깨진 믿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참사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경찰 배치 및 운용, 재난 예방 및 초동 조치,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할 등 한 번 실패한 국가체계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닝닝 '깜찍한 볼콕'
  • 에스파 닝닝 '깜찍한 볼콕'
  • 트와이스 사나 '아름다운 미소'
  • 김태리 '당당한 손하트'
  • 손나은, 완벽 미모